네이버 뉴스캐스트 개편 이후 언론사 웹 사이트의 트래픽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리서치 회사 메트릭스에 의뢰해 개편 이후 첫 주 트래픽 추이를 분석한 결과 방문자 수가 28.3%, 페이지 뷰가 25.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설 연휴가 낀 2월 둘째 주를 제외한 나머지 3주 평균과 뉴스캐스트가 개편된 첫 주인 3월 첫째 주를 비교한 결과다. 2월 마지막 주와 비교하면 29.8%와 27.9%씩 줄어들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지난 2일 저녁 10시를 기준으로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의 언론사별 페이지와 별개로 주제별 페이지를 신설하되 주제별 페이지에는 섹션별로 1건의 기사만 올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노출 기사 건수가 13건에서 7건으로 줄어든 데다 주제별 페이지가 기본으로 뜨도록 바뀌면서 언론사 사이트의 트래픽이 급감하게 됐다.

이번 조사는 샘플링 방식이라 개별 언론사는 주간 단위로 집계했고 45개 언론사 합계는 일간 단위로 개편 전 2주 데이터를 집계했다. 3월1일이 공휴일이었던 데다 개편된 서비스가 사실상 수요일인 3일부터 적용된 것을 감안하면 개편 첫 주 방문자 수가 30% 가까이 줄어든 것은 둘째 주에도 이보다 크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일간 단위 집계에서도 이 같은 추이는 확인된다.

45개 언론사 전체로 보면 개편 당일인 2일은 방문자 수가 1080만명이었는데 다음날인 3일에는 786만명으로 27.2%나 줄어들었다. 페이지 뷰도 1억6194만건에서 1억1885만으로 26.6% 줄어들었다. 4일에는 방문자 수가 869만명, 페이지 뷰가 1억3636만건으로 조금 회복됐지만 5일은 방문자 수가 825만명, 페이지 뷰가 1억2859만건으로 다시 꺾이는 등 전반적으로 4분의 3 수준에 머물렀다.

개별 언론사를 놓고 보면 스포츠 연예 관련 매체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뉴스캐스트 개편 첫 주 스포츠동아의 페이지 뷰가 62.9%나 급감한 것을 비롯해 스포탈코리아, 오센, 스포츠서울, 일간스포츠 등이 각각 54.9%, 54.5%, 47.8%, 47.7%씩 줄어들었다. 연예 뉴스 비중이 컸던 머니투데이와 아이뉴스24가 48.1%와 43.3%씩 줄어든 것도 눈길을 끈다. 반면 마이데일리는 24.9%로 비교적 선방했다.

   
   
 
   
  ▲ 네이버 뉴스캐스트 주제별 페이지(위)와 언론사별 페이지.  
 
종합일간지들도 편차가 컸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14.4%와 14.2%씩 줄어드는데 그친 반면 동아일보는 36.0%나 줄어들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23.5%와 37.3%씩 줄어들었다. 경제지들도 매일경제가 33.1%나 줄어든 반면 한국경제는 18.4% 줄어드는데 그쳐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은 방문자 수는 줄었지만 페이지 뷰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개별 언론사 트래픽은 표본 수가 많지 않아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추세적으로 방문자 수와 페이지 뷰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언론사 전체 페이지 뷰를 2월 마지막 주와 비교하면 목요일인 4일은 전주 대비 43.9% 줄어들었고 금요일인 5일은 32.8% 줄어들었다. 토요일인 6일에는 32.8% 줄어든 반면 일요일인 7일은 오히려 45.5%나 늘어났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 뉴스캐스트 개편 전후 45개 언론사 페이지 뷰 추이. 3월3일 이후는 지난 달 설 연휴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트릭스.  
 
   
  ▲ 2월 넷째주와 3월 첫째주 비교. 빨간색이 페이지 뷰, 파란색은 방문자 수. ⓒ메트릭스.  
 
이번 개편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선정성 경쟁이 줄어들었다고 반기는 의견이 있는 반면 뉴스 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도 있다. 당장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받게 된 언론사들도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광고 대행사들은 광고 단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주제별 페이지에 비슷한 기사가 나열되는 문제도 있고 섹션별 기사가 제한돼서 이슈 파이팅이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그동안 뉴스캐스트에 올라오는 우리 신문사 기사와 사진을 보며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면서 "이용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다만 온라인 광고 영업에 큰 타격을 받게 돼서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른 신문의 기자는 "그동안의 방문자 수가 솔직히 거품이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 "바로 잡히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는 "일부에서는 네이버에게 농락당했다는 격한 비난도 나오지만 뉴스캐스트 개편안이 나온 배경이 언론사들의 과도한 선정성 경쟁 때문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뉴스캐스트 개편을 계기로 근본적인 혁신을 미룰 수 없다는 자성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광고매출 하락이 계속되고 이용자 불만이 고조된다면 개편된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오래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환·안경숙 기자 black@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