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동계올림픽 단독중계에 이어 2010 남아공 월드컵 경기도 단독중계하겠다는 의사를 12개 일간지에 광고를 싣는 방식으로 밝혔다. KBS와 MBC는 바로 사흘 전까지 월드컵 중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협상해놓고 이렇게 '단독중계하겠다'는 식의 광고를 내어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BS는 8일 아침신문에 일제히 전면광고를 실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등 9개 일간지 7면(서울신문과 한겨레는 32면)과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3개 경제일간지 7면(서울경제는 9면)에 '아름답게 질주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통해 "아름다웠던 질주여-멋진코리아여-은빛 빙판과 설원에서의 그 모습 남아공 월드컵 초록잔디에서도 푸르게, 푸르게 보여주길"이라며 "올림픽 채널에서 월드컵 채널로"라고 밝혔다.

SBS는 또 광고면 하단에는 월드컵 단독중계 방송의 정당성에 대해 5가지 항목을 들어 강조했다.

SBS 12개 일간지에 전면광고…'월드컵 단독중계' 의사 밝혀

"1. 월드컵 중계방송은 단순합니다. 단일종목입니다. 모든 경기 영상은 FIFA의 주관방송사가 제작·송출하고, SBS는 이 영상에 우리 말 중계와 해설을 더할 뿐입니다.
2. 월드컵 경기는 동시다발적으로 열리지 않습니다. 전체 경기의 대부분은 하루에 3경기씩 시차를 두고 열립니다.
3. 중복편성은 지상파 방송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닙니다.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나라들은 대부분 같은 경기를 동시방송하지 않습니다.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4.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권리도 없습니다. 나무를 심고 가꾼 사람만이 정당하게 열매를 딸 수 있습니다. 시간, 노력, 비용을 성실하게 부담해야 권리를 나눌 수 있습니다.
5. 경쟁이 없으면 변화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사적계약과 영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오늘 경쟁하고 변화해서 내일 두 배의 감동을 드리겠습니다. 밴쿠버의 금빛 질주가 남아공의 골인 행진으로!"

   
  ▲ SBS가 8일자 12개 일간지에 일제히 게재한 전면광고.  
 
KBS와 MBC는 이번 광고 집행이 무슨 생각으로 낸 것인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연회 MBC 편성본부 부국장은 8일 "이미 지난 5일 3사간 국장단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로 모여서 협상했고, KBS와 MBC는 공동중계안도 제출했는데 휴일 지나고 이렇게 '단독중계하겠다'는 식의 광고를 낸 것은 너무나 황당한 일"이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적 관심사인 월드컵의 공동중계를 위해 협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MBC KBS "사흘 전까지 공동중계 문제 협의해 놓고 광고? "

박영문 KBS 스포츠국장은 "함께 중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방통위는 이를 중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SBS의 광고가 나간 것"이라며 "무슨 의도로 이런 광고를 실었는지 SBS에 묻고 싶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우리는 현재까지 월드컵 합동방송을 할 수 있도록 분쟁조정신청과 방송법 위반 사항 신고한 데 대해 절차를 기다리고 있으며, 시청자 볼권리 충족을 위한 공동중계를 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허인구 SBS 스포츠국장은 "밴쿠버 올림픽에 주력하다가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5일 협상에 임했던 것"이라며 "단독중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닐텐데 내가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BS "단독중계 자신감 표현…월드컵은 사유재산권"

SBS 관계자는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들 성원에 고맙다는 뜻에서 실은 광고로, 월드컵 단독중계에 대한 공식 선언이라기 보다 단독중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월드컵 중계권은 사유재산권인데 KBS와 MBC가 그 재산권을 빼앗으려 하는 것으로, 국민적 관심이 많은 곳만 중계하려들지 말고, 국민들이 관심없는 스포츠부터 부흥시킨 뒤에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우리는 FIFA의 아더 이벤트(Other Event), 즉 여자 축구 등 비인기 축구 종목도 중계해왔는데 그 땐 말없이 월드컵 직전의 과실만 챙기려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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