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주유소 알바들이 한꺼번에 파업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편의점 알바들이 야간근무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집과 통닭집, 피자집이 배달을 하지 않고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 대형할인매장에서 점원들이 한꺼번에 사라진다면?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동조합이 없고 단체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이들의 노동조건은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나아질 수가 없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간당 3500원. "이거라도 받고 일하려면 해라. 아니면 나가든가." 냉혹한 시장 논리다.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고 대체가능한 노동의 가치는 터무니없이 평가절하된다. 비슷비슷한 일자리는 많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는 거의 없다.

다음달 13일 창립하는 청년유니온은 이들 비정규 단기 노동자들, 아르바이트생들과 청년 백수와 예비 백수들의 노동조합이다. 알바도 노조를 만들 수 있나? 물론이다.

청년유니온은 사업장 중심의 기업노조가 아니라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일반노조의 형태를 띤다. 이를테면 부산 지역의 커피숍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여 노조를 결성할 수도 있고 서울 성북구의 주유소 직원들이 모여 기본급 인상 등을 내걸고 단체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청년유니온은 과거 학생운동의 연장선에서 단순히 노조결성을 넘어 청년실업과 불안정 노동의 해법을 요구하는 정치투쟁 조직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 주유소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최저임금 미만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다음은 김영경 청년유니온 대표와 일문일답.

- 다음달 13일이 창립 예정일인데 몇 명이나 가입돼 있나.
"발기인이 50여명, 회원은 430여명이다. 창립 이후 노조설립 절차를 밟고 조합원을 늘려나가는 게 단기적인 과제다. 조합비는 급여의 1% 정도로 책정될 계획이다. 실업자들과 대학생들도 가입할 수 있는데 월 2천원 이상을 내면 된다. 우선은 20~40세 비정규 노동자와 예비 노동자의 10% 확보를 목표로 한다."

   
  ▲ 김영경 청년유니온 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취지는 좋지만 여러 직종의 다양한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우선은 최저임금 투쟁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 조차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한 시간에 4110원인데 그나마 이 정도도 못 받는 직장이 수두룩하다. 최저임금이 정규직 평균임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우선은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을 공개하고 불매운동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취업정보 사이트 커리어가 지난해 아르바이트 채용공고 9만4010건을 분석한 결과, 17개 직종 가운데 절반이 넘는 8개 직종의 최저시급이 4천원 미만이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경우 최저임금이 3570원에 지나지 않았다. 홀 서빙이나 행사 보조, 매장 관리, 주유·세차 등도 최저임금 미만인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개인 사업자들인데다 5인 미만의 사업장도 많아서 노동법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 청년 비정규직이 어느 정도나 된다고 보나.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처럼 일정한 직업 없이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이른바 '프리터(Free+Arbeiter)족'이 500만명에 이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이른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도 113만명이나 된다. 이는 공식적인 청년층 실업자 통계 32만8천명의 3.4배에 이르는 규모다."

- 학교 졸업 이후 취업에 실패한 취업 준비생들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나.
"물론이다. 취업 준비생들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실업급여를 넘어 실업부조로 확대하자는 이야기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에 정부와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업급여도 비정규직까지 확대 적용하고 지금까지는 180일 이상 납부해야 대상이 되지만 120일이나 그 이하로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처럼 일정 비율의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는 기업들에게 세제혜택 등을 주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 최근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국민연금을 확대 적용한다는 정부 발표가 논란이 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환영한다. 당장은 실질 임금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인다는 차원에서 환영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최저 생계비 이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 개별 사업장 중심의 노동조건 개선보다는 제도 개선에 주력한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필요하다면 노조 차원에서 단체협상하거나 연대 파업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조직력이 달리는데다 교섭권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단기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부당 노동행위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노동 상담 등이 주력 사업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 연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20대와 30대의 정치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

- 노동 상담에 대해 설명해 달라.
"단기 비정규직의 경우 부당해고나 임금체불 등 부당노동 행위에 맞서기가 쉽지 않은데 노조 차원에서 노무사와 인권 변호사를 조합원 혹은 법률 자문위원으로 가입시켜 노동법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구직상담도 하게 된다."

- 학생운동이 탈 정치화한지 오래고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에 바빠 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청년 노동운동이 과연 호응을 얻을 거라고 보나.
"학생운동이 등록금이나 청년실업 문제에 주력하기 시작하자 조합주의라는 비판이 나왔다. 나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조합주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학생운동의 엘리트 의식을 벗고 좀 더 대중적인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학생운동의 주체는 예비 노동자들이다. 청년유니온은 예비 노동자적 성격을 띠게 된 대학생운동과 기존 노동운동의 가교역할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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