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김인규 사장의 80∼90년대 기자시절 전두환·노태우·민정당 찬양 리포트를 공개한 책임을 물어 KBS 기자협회장을 징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미 국민들에게 TV를 통해 전국에 전파를 탔던 보도를 다시 공개했다는 이유로 징계한다는 것은 법과 상식에도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BS는 지난 8일 인사위원회를 통해 김진우 KBS 기자협회장에 대해 '성실 의무 위반' '콘텐츠 유출' 등의 이유로 감봉 2개월의 '중징계'에 처했다고 KBS 기자협회가 11일 밝혔다. KBS 기자들은 지난해 12월 김인규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인데다 과거 권력에 해바라기 노릇을 한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사람이 공영방송 KBS 사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에서 기자시절 리포트한 영상을 찾아내 국민에 알린 것이다.

KBS 기자들은 "징계 사유는 김인규 사장의 5공 시절 리포트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다. O양 비디오도 B양 비디오도 아닌 김인규 비디오 유출"이라며 "기자협회는 지난해 11월 MB 특보 출신 김인규 씨가 KBS 사장으로 임명된 뒤 김인규 사장의 자질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과거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김인규 사장은 5공과 6공 군사정권 하에서 적극적인 부역을 한 것으로 나타나 기자협회 블로그(http://kbsjournalist.tistory.com)에 대표적인 사례를 게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인규 KBS 사장이 지난 1987년 민정당 출입기자 시절 '민정당 창당 기념식' 관련 리포트를 하고 있는 모습. ⓒKBS 기자협회 블로그 '싸우는 기자들'  
 
   
  ▲ 김인규 KBS 사장이 지난 1987년 6월10일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을 때 9시뉴스를 통해 했던 리포트.  
 
모두 5차례에 걸쳐 연재된 '기자 김인규를 말한다'는 동영상 조회수만 10만 여 건에 달했고,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인기 동영상으로 2-3위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김 사장의 군사정권 찬양 사실에 분노하는 등 큰 파장을 불러왔다. KBS는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파장을 낳자 부랴부랴 다음 측에 저작권 위반을 들어 동영상을 삭제토록 요청했다. 더구나 테이프를 자료실에서 대여한 김경래 기자에게는 서면 주의 처분까지 내렸었다. 그 책임을 이번엔 김진우 기자협회장에까지 내린 것이다. 김진우 협회장은 KBS측에 재심을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 기자협회는 11일 긴급 성명을 내어 김 회장의 징계에 대해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징계 결정"이라고 비난하면서 "비겁하고 몰염치한 기자협회장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KBS 기자협회는 "김현석 민필규 전 협회장에 이어 이번에 '저작권 위반'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유까지 끄집어내서 현 기자협회장에 대한 징계를 감행한 것은 결국 협회를 길들이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징계는 공식적인 조직을 넘어 기자들의 자치조직까지 장악하려는 음모이자 KBS의 저널리즘과 자존심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기자협회를 무력화하려는 잔인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런 유치하고 잔인한 방식의 징계로 기자들을 순치할 수는 없다"며 "전현직 협회장들에 대한 비겁한 보복에 대해 의연하게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KBS 기자협회가 11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비겁하고 몰염치한 기자협회장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  
 
김진우 기자협회장에 대한 징계가 결정됐다. 사측은 기자협회장에게 성실 의무 위반과 콘텐츠 유출 등을 이유로 감봉 2개월의 중징계를 했다. 특보사장 김인규가 과거 5공 시절 보도한 군부독재정권 찬양 리포트를 외부에 유출해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거다.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징계 결정이다.

기자협회는 지난해 신임 사장의 언론관을 검증하기 위해 과거 기자 시절 보도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특보사장 김인규는 정치부 기자 시절 5공에 적극적으로 부역한 사실을 확인했다. 과거 행적과 최근 대선 특보 활동을 토대로 김인규 씨는 'KBS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킬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기자협회는 저널리즘의 원칙에 의거한 이 분석 결과를 공론화했을 뿐이다.

사측은 이미 전임 협회장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징계를 계속해 왔다. 김현석 전 협회장은 파면과 정직의 징계를 받고 지역으로 인사 보복까지 당했다. 민필규 전 협회장도 김현석 전 협회장의 파면에 항의하는 대휴투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경고 징계가 확정됐다.

사측이 전 협회장에 이어 이번에 '저작권 위반'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유까지 끄집어내서 현 기자협회장에 대한 징계를 감행한 것은 결국 협회를 길들이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기자협회는 정권의 KBS 장악을 거부하는 저항의 몸부림을 계속해왔다. 현 KBS 수뇌부의 비상식적인 조직운영에 맞서 상식의 목소리를 지켜왔다. 이번 징계는 이에 불편해진 사측의 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공식적인 조직을 넘어 기자들의 자치조직까지 장악하려는 음모이다. KBS의 저널리즘과 자존심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기자협회를 무력화하려는 잔인한 폭력이다.

사측은 알아야 한다. 이런 유치하고 또 잔인한 방식의 징계로 기자들을 순치할 수는 없다. 기자협회는 이번 김진우 협회장의 부당한 징계, 그리고 전 협회장들에 대한 비겁한 보복에 대해 의연하게 싸울 것이다. 상식이 몰상식을 몰아내는 싸움을 부단히 전개해 나갈 것이다. 사측은 비겁하고 몰염치한 기자협회장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

2010년 2월11일 KBS 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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