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문사들의 삼성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10대 그룹 소속 79개 상장사의 광고선전비용은 모두 5조2336억원이다. 2007년 3조5214억원과 비교하면 48.6%나 늘어났는데 삼성과 LG그룹이 그해 광고비 지출을 대폭 늘린 덕분이다. 삼성그룹이 지출한 광고비는 2조1429억원으로 40%에 육박한다.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그룹을 포함하면 80%를 넘어선다.

4대 매체 기준으로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지출한 광고비는 전체 광고시장의 6.5% 수준이지만 영향력은 엄청나다. 경제개혁연대 최한수 팀장은 “신문사 매출액 가운데 대부분이 광고로 인한 매출임을 감안하면 대부분 신문사가 기업의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군소 신문사들은 광고주인 기업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은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 이후 이건희 전 회장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광고를 틀어쥐고 언론사들을 압박했다. 언론이 앞장서서 이 전 회장을 두둔하고 사면을 요구했던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7월 재판이 끝난 뒤 광고를 풀기 시작한 것도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고도의 언론 플레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고를 중단한 것도 다른 언론사들에게는 강력한 신호가 됐다.

   
  ▲ 삼성그룹 홍보를 전담하는 제일기획의 광고시장 점유율 추이 ⓒHMC투자증권  
 
2005년 기준으로 삼성 광고 비중이 가장 높은 언론사가 서울신문과 경향신문, 문화일보, 한겨레였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신문의 경우 삼성 의존도가 17.1%에 이른다. 영세한 신문일수록 삼성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이 광고를 전면 중단한 이후 한겨레의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중동 등 발행부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신문들이 5% 안팎인 것과 대조된다.

최근 고 이병철 전 회장의 생일을 맞아 주요 신문사들이 앞다퉈 충성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삼성전자 제품을 띄우고 경쟁 제품을 깎아내리는 등의 여론조작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신문광고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신문사들이 삼성 광고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광고비로 잡히지 않는 협찬과 후원 등도 상당한 수준으로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팀장은 “언론산업 전체가 그 어느 때보다도 광고주로서의 재벌과 언론정책을 결정하는 권력에 민감하게 반응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면서 “이미 한계 상황에 몰린 몇몇 신문사들 뿐 아니라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경영상황이 나은 조중동 및 지상파 방송 3사마저도 재벌의 광고 동향과 정치권력의 성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현실이 존재한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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