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생화학자 강성종 바이오딘 연구소 소장의 트위터 아이디가 7일 저녁 돌연 삭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위터에서는 강성종 구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몇 차례 트위터 계정이 삭제된 사례가 있었지만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강 소장의 경우는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여러 차례 우리나라 대학 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어 조직적인 사이버 테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강 소장은 논란이 됐던 동영상에서 "한국의 대학은 장사꾼인지 학교인지 모르겠다"면서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고 삼성그룹이 성균관대를 인수하고 경원대학의 주인이 몇차례 바뀐 사례를 거론면서 이런 인수과정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그가 분노하는 것은 대학인수 과정에 "현금은 하나도 내지 않고 지불보증서로 인수해서 나중에 대학등록금으로 갚기 때문"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트위터가 공개한 스팸 처리 원칙에 따르면 트위터가 사용자의 계정을 정지시키는 기준은 다음 16가지다. 원문 확인은 http://help.twitter.com/forums/26257/entries/18311.

1. 단시간 내에 대량으로 팔로잉 수를 늘린 계정.
2. 수동이 아닌 자동으로, 즉 팔로잉/팔로워 관리 툴을 사용하여 단시간 내에 여러 사람을 팔로우 했거나 언팔로우 한 계정.
3. 팔로워 수를 늘려서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자 반복해서 여러 사람을 팔로우 했다가 언팔로우 하는 계정.
4. 팔로잉 수보다 팔로워 수가 현저히 적은 계정.
5. 다른 웹사이트로 통하는 하이퍼링크만 계속해서 올리는 계정.
6. 일정 수 이상의 사용자가 블록한 계정.
7. 여러 번에 걸쳐 스팸 신고를 받은 계정.
8. 한 사람이 똑같은 내용의 트윗을 여러 계정을 이용해 올리거나 똑같은 트윗을 여러 번 올리는 계정.
9. 내용과 관련 없는데도 트렌딩 토픽이나 인기있는 주제의 해쉬태그를 포함해 여러 개의 트윗을 올리는 계정.
10. 똑같은 내용이 담긴 리플라이를 대량으로 보내는 계정.
11. 광고를 목적으로 다른 웹서비스나 기타 웹사이트로 통하는 링크를 포함해 불필요한 리플라이를 대량으로 보내는 계정.
12. 허락 없이 다른 사용자가 올린 트윗을 재생산하는 계정. (리트윗과는 다름)
13. 비정상적 방법으로 단번에 팔로잉, 팔로워를 모아 그 목록을 팔려고 시도하는 계정.
14. 팔로워 수를 늘려주겠다는 사이트를 사용하거나 광고하는 계정. (예: follow trains)
15. 악성 프로그램, 피싱 사이트 등 악의적 내용이 담긴 웹사이트로 향하는 링크를 올리는 계정.
16. 배경 그림이나 프로필에 외설, 포르노 사진을 쓰는 계정.

   
  ▲ 계정정지된 강성종(@QuoVadisKorea) 바이오딘 소장의 트위터 홈페이지.  
 
문제는 이 기준들이 하나같이 모호한데다 기계적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강 소장처럼 억울하게 계정이 삭제되는 경우가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보수적인 성향의 트위터 사용자들 계정이 삭제되는 등 비슷한 사례가 10여건 보고된 바 있다. 다소 거친 어조나 자신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트위터 사용자를 블록(차단)하거나 집단적으로 스팸신고를 하는 것만으로도 계정을 삭제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강 소장 등의 경우는 불특정 다수의 집단 블록이 계정 삭제 이유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블록이 어느 정도나 돼야 계정이 삭제되는지에 대한 기준은 알려져 있지 않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계정이 삭제되더라도 당사자에게는 삭제 사유나 구제 방법 등에 대한 통보조차 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과거 썼던 글은 물론이고 팔로워·팔로잉 목록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된다. 트위터에 쌓은 아이덴티티가 하루아침에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다.

구제 방법 또한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트위터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사용자 게시판에 글을 남기거나 대표 주소로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트위터 직원의 개인 트위터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 등이 소개돼 있지만 모두 영어로 작성해야 하고 접수에서 처리까지 최소 30일 이상 걸리는 등 한번 삭제된 계정은 복원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게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복원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런 모호한 규정과 기계적인 스팸 처리, 계정 삭제 과정이 피해자들을 만들 수 있다는데 있다. 최근 계정이 삭제됐다가 복원된 초식남(@politicskorea) 등의 경우는 조직적인 블록 움직임이 발견되기도 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다소 과격한 논쟁을 벌여 불특정 다수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측면도 있지만 향후 정치적으로 악용돼 선의의 피해자들을 양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인들이 잇달아 트위터에 합류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정치인들을 블록한다거나 자신과 반대되는 정치적 주장을 하는 사용자들을 퇴출시키는 사이버 테러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강 소장의 구명을 요구하는 트윗을 쏟아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트위터의 영향력이 확대되는만큼 트위터를 활용한 사이버 테러의 부작용과 정치적 악용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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