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일본의 학교 내 일을 가지고 만든 드라마로 일본 드라마 베끼기와 일류대 지상주의, 공교육비하, 사교육홍보, 업체 간접 광고 등 수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데도과연 공영방송이 리메이크할 가치가 있었는가"(KBS 노동조합)

KBS 드라마 <공부의신>에 대한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3일 발표한 공정방송위원회 논의결과에서 드라마·제작부문과 관련해 <공부의신>의 문제점을 집중 질타했다. 노조는 "이런 류의 드라마를 계속해야 하느냐"며 조기종영도 고려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논의결과에 따르면 KBS 노조 공방위원들은 지난달 26일 열린 노사 공방위에서 <공부의신>에 대해 "공교육 비하와 붕괴 논란과 사교육을 홍보하는 문제점 등이 우려된다"며 "지금까지 이 드라마가 보여준 것은 공교육 교사는 나태하고 게으르며 학원선생님들은 능력 있다는 대립되는 구도로 나오고 학원광고가 낯 뜨거울 정도로 나오고 있어 드라마의 결론을 떠나 진행과정이 문제투성이"라고 지적했다.

KBS 노조 "공부의신 공교육 교사 비하, 학원선생 미화, 학원광고 노출 문제투성이"

이에 TV제작본부장·드라마국장 등 사측 공방위원들은 "지금 한국 현실은 학생들도 열패감, 교사들도 열패감을 가지고 있어 이들에게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주제이고 교사들에게도 열심히 하면 끌고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는 충분히 가치 있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 KBS 드라마 <공부의신> 출연진. ⓒKBS  
 
최성원 KBS 노조 공방실장 등 노측 위원들은 "사측위원들의 인식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수학이 암기식, 주입식 교육인가. 공교육 현장이 드라마와 동일한가? 교감선생님은 교장 되기만을 바라고 있고 국어선생은 타성에 젖어 있으며 영어선생은 학원선생에 밀려서 부담임을 맡을 수밖에 없고, 가르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등 공교육에 대한 계속적인 비하가 나오는데 일본 원작과 다른 게 무엇인가"

KBS 사측위원이 "드라마속 공간을 실제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타당한 주장이 아니라고 반론하자 KBS 노조 공방위원들은 "드라마를 다큐로 본다는 것이 아니라 주제가 교육 문제이고 학부모와 학생이 같이 보는 드라마여서 이를 보고 '우리 아이도 공부하면 서울대 갈 수 있겠구나, 일단 대성학원 보내야 하지 않겠냐'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런 류의 드라마 계속해야 하나, 심각히 고려해야"

KBS 노조 공방위원들은 "이런 유의 드라마를 계속해야 하는지 심각한 고려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공부의신>의 간접광고 문제도 집중적인 도마에 올랐다. 드라마 내용과 영상, 대사를 통해 협찬한 학원을 간접 홍보하는 장면이 많고 해당 학원측도 이벤트 등을 통해 공부의 신을 최대한 이용했던 점이 제시되자 KBS 제작책임자들은 "자체 심의에서 걸러지고 방통위의 심의에서도 지적되는 만큼 철저하게 조심해서 드라마를 제작하겠다"고 답했다.

차기봉 수학선생이 '김대성 선생이 출제했구만'이라는 대사와 관련해 제작진도 깜짝 놀랐다며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했다고 공방위 논의결과는 전했다. 노조 공방위원들은 "방송광고심의 조항에 학원은 '별도 심의'로 규정돼 있고, '근거 없이 학습효과를 과장하는 표현'은 못하도록 돼있다"며 "<공부의 신>에서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사설 학원재벌을 홍보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KBS 노사는 <공부의 신>과 관련해 대성N스쿨 측의 KBS콘텐츠 권리 침해 사실 여부를 파악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한편, 3월 정례 공방위에 결과를 보고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대성N스쿨 KBS 권리 침해 조치 합의

   
  ▲ 지난달 <공부의신> 방영초 대성N스쿨이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던 홍보용 이벤트.  
 
공방위 논의결과는 이 과정에서 KBS 드라마 책임자들(사측 공방위원)이 공영방송에서의 드라마 및 콘텐츠 세계화에 대한 인식이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지난해 <꽃보다 남자> <결혼 못하는 남자>에 올해에도 <공부의신>을 통해 일본 원작 만화(또는 드라마)를 그대로 공영방송에서 방송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자 이들은 이렇게 답했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 전략과 더불어 세계 콘텐츠의 한국화도 병행하는 것이 공영방송 자세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또 드라마 책임자들은 "<공부의신>을 보면서 청소년들이 될 수 있겠구나, 열심히 하면 루저가 안되겠구나라는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었다"며 "이 드라마가 미흡할 수도 있고 부끄럽고 소홀한 면도 있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책임자들은 "일본 드라마 베끼기에 대해 포괄적으로 답변하면 찝찝한 감은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KBS가 생산자로서 참여하는데 일본의 콘텐츠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KBS 드라마 책임자들 "일본드라마 베끼기 찝찝"

일본 콘텐츠에 대해서도 KBS 사측 공방위원들은 "일본 콘텐츠, 특히 일본 만화는 세계에서 창조력이 가장 뛰어나고 매회 엄청난 콘텐츠와 스토리텔링 구조가 탄탄해 우리들의 역량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된다"며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시놉시스를 읽어보고 하자고 결정했는데 내용상으로 우리처럼은 아니지만 일본도 일류대 지상주의 사회여서 우리와 사정이 비슷했고 마지막을 읽었을 때 공부가 인생이 다가 아니라고 원작은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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