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자동차와 통신회사들은 비교적 모든 언론사에 균등하게 배려하는 이른바 ‘원턴’ 방식으로 광고를 집행한다. 한겨레는 그 어느 업종과 기업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모든 언론사에 돌리는 광고를 받긴 하지만 두 번에 한번 꼴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한겨레에만 광고를 내는 기업은 거의 없다. 발행부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일보가 여러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얼어붙은 광고시장과 기형적인 분배구조는 지면 논조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광고집행 상위 기업들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비자금 사건 이후 광고를 중단하자 신문사들은 삼성을 변호하기에 바빴고 재판이 끝나자 한 목소리로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을 요구했다. 삼성그룹이 전체 신문광고에서 차지하는 지면 비중은 5% 안팎이지만 금액으로는 10%를 훨씬 웃돈다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삼성은 지난해 7월 이 전 회장의 대법원 판결 이후에야 비로소 광고를 풀기 시작했다. 오랜 기근을 견뎌내 온 뒤라 신문사들은 삼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이 전 회장의 특별 사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곳은 삼성이 광고를 전면 중단한 한겨레 정도였다. 지난 1일 고 이병철 전 회장 탄생 100주년 관련 기획기사들은 삼성 사보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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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체별 광고시장 추이와 전망. TV·신문 광고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광고의 가파른 성장이 주목된다.(대신증권 자료) | ||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파업에서도 대부분 신문들이 철저히 사측 입장을 대변한 것도 이들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 기아차는 3위, 현대차는 17위의 광고주다.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이라는 비난은 넘쳐나지만 노동시간 단축 등 노조의 요구는 지면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자본의 이해를 반영하는 적대적인 논조는 기업 기사를 넘어 지면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유통업계의 막강한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정용진 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을 전후해 무더기로 광고를 풀었다. 5월에는 기자들 해외취재 비용을 전담하면서 잇달아 정 부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지역 상권을 죽이는 SSM(수퍼슈퍼마켓)에 대한 규제 논란이 확산될 때도 이들 신문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경제지들의 유통면은 업체들 카탈로그로 전락한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