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700억 원(잠정)이 넘는 흑자폭을 기록했으면서도 최근 TV 수신료를 2500원에서 5000원 이상으로 인상하겠다며 전사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그런데 그 흑자를 기록하는데엔 정부·기타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TV 공익광고 캠페인이 큰 몫을 차지했다. 단순히 액수만 놓고 보면 흑자 700억 원에 절반(330억)에 달한다. 큰 기여를 한 셈이다.

KBS가 지난해 정부부처와 기타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TV 공익광고 캠페인 협찬 실적은 모두 428억 원으로 전년대비 46%가 늘었다. 노동부(‘일자리가 희망입니다’ 15억 원) 법무부(‘기분좋은 기본’ 7억 원) 지식경제부(‘에너지 절약’ 6억 원) 인천광역시(‘인천세계도시축전’ 10억 원) 등 정부부처는 117억 원으로 전년대비 33%가 늘었다. 전기안전공사 ‘전기 안전’ 4억원 등 기타 공공기관으로부터는 216억 원을 벌어들였다.

현대·삼성·두산·SK·대한항공 등 민간 기업으로부터는 95억 원의 공익광고를 유치해 전년대비 197%의 성장세를 보였다. KBS의 TV광고 협찬의 경우 2008년 이전에는 MBC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의 경우 최소 120억 원(40%)이 앞서는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MBC의 경우 광고실적 역시 지난 2008년부터 급락하는 등 KBS의 성장세와는 대조적이다.

   
  ▲ 지난달 4일 방영된 KBS <미녀들의 수다>(왼쪽)와 같은달 31일 방영된 <열린음악회> '한국 원전수주기념 열린음악회'. ⓒ KBS  
 
이밖에도 KBS는 최근들어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협찬의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협찬을 받은 부처와 공공기관 뿐 아니라 MB정부 정책 자체에 대한 홍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KBS는 지난 4일 방송된 <미녀들의 수다> ‘법무부와 함께하는 미수다 시즌2’가 법무부장관까지 출연해 G20 개최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등 법무부 홍보로 흘러가 안팎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미수다>를 포함해 공익캠페인 교양프로그램 제작 협찬으로 10억8000만 원을 지원하는 계약을 KBS와 맺었다. 법무부는 이번 협찬 집행에 앞서 이병순 사장 재임 때인 지난 2008년 말에도 제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일 발표한 공방위 보고서에서 “애초 지난해 초부터 공익광고와 프로그램이 방영될 예정이었으나 첫 제작을 맡았던 보도본부의 기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외부 언론에 알려지게 되면서 잠정적으로 중단됐다”며 “‘미수다’ 같은 프로에서조차 관제성 국민계도 내용을 굳이 방송해야 하는지, 꼭 장관을 출연시켜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다시 법무부가 보낸 공문에는 프로그램으로 <수요기획>을 지목해 ‘집회 시위문화 개선’에 대한 내용을 반영해달라는 노골적인 요구도 있었다고도 전했다.

한국전력으로부터 1억 원을 협찬받아 지난달 31일 방송됐던 KBS <열린음악회> 원전수주 특집의 경우 사회자인 황수경 아나운서가 사회자멘트 때 마다 ‘국가적 쾌거’ ‘선구자적인 노력의 결과’로 칭송하는 등 음악프로가 원전홍보프로가 됐다. 실제로 과거 <열린음악회>에서 특집으로 나간 방송은 ‘하남 시승격 20년’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6월 항쟁 20주년’ 등이었다. 이번처럼 정부의 성과물을 드러내놓고 타이틀에 걸었던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KBS 새 노조의 판단이다.

새 노조는 보고서에서 “정부협찬 프로그램이 지금 이렇게 난립하고 있는 데에는 지난해 초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부처의 예산을 증액한데 한 원인이 있다”면서도 “정부기관의 협찬 방송은 공익 목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권력에 가까이 있는 기관일수록 (협찬 요구를) 지상명령으로 인식하는 경영진의 무소신한 태도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최성원 KBS 노조 공방실장도 “공공기관 정부의 무분별한 협찬은 국민의 세금이 정권 홍보차원에서 쓰인다는 점에서 문제인 동시에 이를 감시 비판해야 할 KBS가 오히려 그런 협찬을 받고 홍보성 프로그램을 방송한다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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