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법무부로부터 <미녀들의 수다> 등 프로그램 제작지원 및 공익캠페인 명목으로 10억 원이 넘는 협찬을 받고 법무부 홍보성 프로그램을 내보내 반발을 사고 있다.

26일 KBS 편성운영팀에 따르면 KBS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2∼3월까지 △법질서 지키기 공익 캠페인 두 건 4개월간 방송 △예능·교양 프로그램 4편에 제작지원 명목으로 모두 10억8000만 원(부가세 제외)을 법무부로부터 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KBS는 공익캠페인의 경우 인터넷불법다운로드(지난해 10월∼11월) 근절,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11월∼1월 말)을 주 3∼4회 씩(하루에 한차례) 방송하는데 8억 원을 받았고, 나머지는 지난해 12월 <리빙쇼 당신이 6시>의 한 코너와 지난 4일 <미녀들의 수다>, 향후 법질서준수 관련 캠페인성 교양 프로그램 2건 제작에 2억 여 원을 받았다.

   
  ▲ 지난 4일 방송된 KBS <미녀들의 수다> '법무부와 함께하는 미수다 시즌 2' 편. ⓒKBS  
 
특히 지난 4일 방송된 <미녀들의 수다> '법무부와 함께하는 미수다 시즌2'는 예능 프로그램에 장관 인터뷰를 장시간 노출시키는 등 노골적으로 법무부를 홍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행자인 남희석씨는 당시 방송에서 "새롭게 시작한 미수다 2는 법무부와 함께 세계 교통문화를 비교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소개했고, <미수다>는 1시간 내내 일본의 스쿨존과 지하철 내 문화, 싱가포르 등의 법질서 문화 등 선진국을 탐방한 내용으로 꾸몄다.

맨 마지막에는 돌연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새해 인사말 형식으로 약 2분40초 동안 법무부 업무홍보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법질서와 큰 관련이 없는 G-20 정상회의를 거론하며 "올해 G-20 정상회의가 개최돼 세계가 우리 시민의식과 법질서의식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교묘하게 MB 홍보를 하기도 했다.

   
  ▲ 지난 4일 방송된 KBS <미녀들의 수다> '법무부와 함께하는 미수다 시즌 2' ⓒKBS  
 
KBS의 한 중견 PD는 "현 정권에선 법과 민주주의가 경제·정치논리에 무시되는데도 이를 비판하지 않으면서 법치를 국민 개개인의 문제로 치환하는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방송하는 것은 가치의 전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구나 오락프로그램에서 특정 부처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교양·보도 프로그램보다 더욱 위험하다"며 "편한 오락물을 보려는 시청자의 권익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KBS 편성운영팀 관계자는 "정부의 일방적 홍보를 위한 방송이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KBS가 당연히 해야할 것을 정부가 지원해 준 것일 뿐"이라며 "제작진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외국과 우리의 법질서 얘기를 생생히 듣고자 기획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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