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낚시 경쟁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네이버가 선정성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뉴스 캐스트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편집하도록 돼 있는 뉴스 캐스트의 편집 기준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NHN은 주요 언론사 편집 담당자들을 상대로 개편안을 설명하고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이르면 3월 초부터 개편된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NHN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뉴스 캐스트의 개편 방향은 크게 4가지다. 첫째, 상단에 노출되는 굵은 글씨의 헤드라인 기사는 언론사 온라인 페이지의 헤드라인 기사와 일치해야 한다. 둘째, 2단으로 돼 있는 기사 배치를 1단으로 줄인다. 셋째, 제목 앞에 섹션을 명기하고 섹션별로 1개의 기사만 올리도록 한다. 넷째, 현재 언론사별 페이지와 별개로 주제별 페이지를 둬서 여러 언론사들의 섹션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 현행 네이버 뉴스 캐스트.  
 

   
  ▲ 개편 이후 네이버 뉴스 캐스트. 기사 단수가 2단에서 1단으로 줄고 섹션별로 1건씩 기사를 올릴 수 있게 된다.  
 
   
  ▲ 주제별 페이지가 신설될 전망이다. 언론사별로 헤드라인 기사가 5페이지에 걸쳐 임의로 배치된다.  
 
지금은 40여개 언론사 페이지가 임의로 뜨도록 돼 있지만 개편 이후에는 주제별 페이지가 기본으로 뜨게 된다. 주제별 페이지에는 언론사별 헤드라인 기사가 섞여서 뜨는 5개 페이지와 섹션별 기사가 섞여서 뜨는 7개 페이지가 임의로 뜨게 된다. 사용자에 따라 주제별 페이지를 볼 수도 있고 언론사별 페이지를 기본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NHN은 일단 사용자가 언론사별 페이지를 한번 선택하면 다음 접속 때부터는 언론사별 페이지가 기본으로 뜨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NHN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언론사들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고 수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큰 방향은 이미 정해진 상태다. 과도한 선정성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섹션별 기사 건수에 제한을 둔 것은 방송·연예기사나 해외토픽 등 가십성 기사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기사를 1단으로 배치하도록 한 것은 좁은 공간에 채우기 위해 제목을 줄이면서 낚시성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언론사들은 연예기사가 절반이 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기업 홍보기사를 뉴스 캐스트에 노출해 주고 광고비를 챙기는 언론사도 있었다. 햄스터를 믹서기에 넣고 돌리는 동영상이나 섹스 인형 출시 등의 선정적인 기사를 이틀 이상 걸어놓는 언론사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이런 선정성 경쟁이 완전히 사라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NHN은 뉴스 콘텐츠 공급 원칙을 지키지 않은 언론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네이버의 개편안이 그대로 적용되면 일부 언론사들은 트래픽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연예 관련 기사로 트래픽을 늘려왔던 언론사들은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경제·사회 등 일반적인 섹션 기사가 많지 않은 전문지들 역시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섹션별 페이지를 운영하지 않는 언론사들을 위한 대안도 검토중이다. NHN 관계자는 "개편 이후 전반적으로 매출 감소가 심각하다면 별도의 상생모델을 준비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NHN 홍보팀 곽대현 팀장은 "네이버가 일방적으로 개편을 밀어붙이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여러 언론사들 의견을 수렴하면서 최선의 해법을 찾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곽 팀장은 "언론사들도 뉴스 캐스트를 수익적인 측면 보다는 정보의 공급 채널이라는 차원에서 보고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개편안에 대한 언론사들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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