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최근 MBC 무죄 판결 관련 보수신문의 보도를 두고 "판사들의 성향을 따지기 전에 검찰 수사에 정치성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짚어보는 자세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상식"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우호 논설주간은 지난 21일 저녁 8시 라디오뉴스 논평 <그들만의 '상식'>에서 "일부 보수신문들에게 '상식'은 자신들이 바라던 바, 자신들의 생각 그 자체이며 이에 반하는 결과는 모두 '상식에 어긋난 것'으로 매도되고 있다"며 "상식의 본래 의미를 망각한 신문들이 다시 새겨봐야 할 성서 구절이 있다. '남의 눈에 든 티는 나무라면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우호 논설주간은 "상식을 지닌 언론이라면 판결이 남긴 논란을 다루면서 동시에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검찰의 수사 관행도 비판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며 "수사를 지휘하던 부장검사는 왜 처벌이 어렵다며 중도 사퇴했는지, 작가의 사적인 이메일 공개 등은 타당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 미광우병 쇠고기 관련 보도를 한 제작진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무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우호 MBC 논설주간.  
 
이우호 논설주간은 보수신문이 이전 민사 재판과 현 형사 재판을 비교하는 것과 관련해 " 이번 무죄 판결이 2009년 고법 판결과 다른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면서도 "2009년 민사재판과 이번 형사재판의 다른 성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최용익 논설위원도 지난 20일 논평 에서 "언론의 자유 밑바탕에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와 비판은 최대한 허용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을 가진 사법부의 기념비적인 판결들이 있는 것"이라며 "1월 20일 판결도 한국에서의 언론자유 보장을 위한 작은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두 논설위원들의 논평 전문이다.

<그들만의 '상식'>
요즘 법원 판결을 다루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상식'이라는 두 글자입니다. 특히 보수 언론으로 지칭되는 신문들이 '상식에 어긋난 판결' '상식에 어긋난 판사' 등 상식의 잣대를 많이 들이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식'의 본래 의미는 무엇일까? 인터넷 사전을 찾아 봤습니다. '전문적 지식이 아닌, 일반인이 갖고 있거나 혹은 갖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지식과 이해력, 판단력, 사려분별력'으로 돼 있습니다.

상식의 영어 common sense를 풀이한 영영사전에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상식이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 타당하고 이치에 닿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연적 능력이다' 상식의 본래 의미를 새긴다면 언론보도에서의 상식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보편적 개념입니다.

1월 20일 PD수첩 판결의 경우 상식을 지닌 언론이라면 이런 보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무죄 판결이 2009년 고법 판결과 다른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09년 민사재판과 이번 형사재판의 다른 성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따라야 합니다.

상식을 지닌 언론이라면 판결이 남긴 논란을 다루면서 동시에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검찰의 수사 관행도 비판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합니다. 수사를 지휘하던 부장검사는 왜 처벌이 어렵다며 중도 사퇴했는지, 작가의 사적인 이메일 공개 등은 타당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최근 시국과 언론에 관한 재판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났다면 판사들의 성향을 따지기 전에 검찰 수사에 정치성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짚어보는 자세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상식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일부 보수신문들에게 '상식'은 자신들이 바라던 바, 자신들의 생각 그 자체이며 이에 반하는 결과는 모두 '상식에 어긋난 것'으로 매도되고 있습니다. 상식의 본래 의미를 망각한 신문들이 다시 새겨봐야 할 성서 구절이 있습니다.

'남의 눈에 든 티는 나무라면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

[논평] PD수첩 무죄판결은 사필귀정이다
 

   
  ▲ 최용익 MBC 논설위원.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결국은 올바른 이치대로 간다는 뜻입니다.‘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다루었던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을 보고 떠오른 생각입니다.

지난 2008년 4월 말 방영된 이후, PD수첩 제작진이 걸어온 길은 험난했습니다. 제작진 전원이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아야 했고, 구성작가의 이메일이 공개돼 사생활 침해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 정부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정부가 검역주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내팽개쳤다는 사실을 PD수첩을 통해 알게 되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서울광장 등 전국에서 항의시위를 벌였고, 이명박 대통령은 두 번이나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국민에게 망신을 당한 정부가 택한 방법이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소송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송은 처음부터 무리수가 잇달았습니다. 공직자가 명예훼손의 객체가 될 수 있느냐 에서부터, 근본적으로는 검찰수사 자체가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부정함으로써 다른 언론에 대해서도 위축효과를 불러일으키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입니다. 기소가 힘들다고 한 담당검사가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수사도중 수사진이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1964년 미국연방대법원은 앨라배마주의 설리번이라는 경찰국장이 뉴욕 타임스를 상대로 건 소송에서 역사에 남는 명판결을 내렸습니다. “공적인 문제에 대한 토의는 억제되어서는 안 되며, 최대한 광범위하게 허용되어야 한다. 아울러 여기에는 정부나 공직자에 대한 신랄하며 때로는 불쾌할 정도의 날카로운 공격이 포함될 수 있다는 원칙에 우리 미국 국민은 의무적인 약속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국방부 기밀문서 보도나 워터게이트 사건 같은 세기적인 특종보도가 가능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명예훼손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고발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언론의 자유 밑바탕에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와 비판은 최대한 허용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을 가진 사법부의 기념비적인 판결들이 있는 것입니다.

1월 20일 판결도 한국에서의 언론자유 보장을 위한 작은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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