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바람이 거세다. 그 중심에 아이폰이 있다. 아이폰은 이미 단순히 한 제조업체가 만든 이동전화단말기라는 위상을 넘어서고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말한다면 아이폰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에서 전문가들의 이견은 없어 보인다.

우선 아이폰이 이끈 가장 큰 변화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더 이상 폐쇄적인 울타리 비즈니스(Walled Garden)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아이폰에 기본으로 들어간 무선인터넷(Wi-Fi) 접속 기능은 통신업체들이 그동안 아이폰 도입을 꺼려왔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비싼 돈 들여 깐 이동통신망을 통하지 않고 데이터가 오가는 것은 수익모델을 직접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각 통신업체가 만들어 놓은 자사 사이트에서만 맴돌도록 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유통 권한까지 틀어쥐려한 가두리 콘텐츠 비즈니스방식도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가로막은 주요 요인이었다. 여기에 외국 단말기의 국내 진입을 막는 방어막 구실만 했던 정부의 국산 모바일 플랫폼(WIPI) 정책,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빈약한 스마트폰 경쟁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각지도 못한 모바일 인터넷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낳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이폰의 등장은 통신업체가 오랫동안 틀어쥐고 있던 권력의 해체를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돈벌이 될지는 아직도 오리무중

그럼 앞으로 화려하게 만개할 모바일 인터넷 환경은 언론사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콘텐츠를 담아 나르는 그릇으로 치자면 모바일은 가장 강력한 물건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독자들은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콘텐츠를 바로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인터넷이 활성화한 다른 나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뉴스는 이용자들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이것이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 될지 여부다. 현재로선 부정적이다. 모바일에서만큼은 포털에 기선을 빼앗긴 인터넷의 재판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 정도이지 이렇다할 묘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언론사가 아이폰 앱스토어에 뉴스제공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앞다퉈 올리고 있는 것도 이미지 홍보 효과라도 있으니 일단 올려놓고 보자는 쪽에 가깝다.

답은 없는 것일까? 언론사의 1차적인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은 콘텐츠를 돈 받고 팔던가, 무료로 많이 보게 한 뒤 광고를 붙여 수익을 얻는 방식 두 가지다. 두 가지 모두 녹록지 않다.

콘텐츠 유료화 모델은 해당 콘텐츠가 돈을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처럼 많은 언론사가 쏟아내는 1차 가공정보 형태의 뉴스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선뜻 열릴 것 같지는 않다. 초기 모바일은 일반 인터넷보다 어느 정도 과금 저항이 덜할 것이지만, 환경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결국 같은 음식을 다른 그릇에 담은 것 정도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속보나 주식, 부동산 등 일부 돈 되는 정보, 교육용 콘텐츠, 뒷얘기 등 차별적이고 독점적인 정보 정도가 그나마 제한적으로 유료화가 가능한 영역일 것이다.

창의성이 가장 큰 변수 될 것

포털에 집중됐던 트래픽이 모바일에서는 어느 정도 분산될 것이기 때문에 광고 모델은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으나, 광고시장 규모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옮아오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바일 쪽에서는 외부 대행사에 의존하지 말고 초기부터 언론사들이 스스로 뭉친 형태의 연합광고대행사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창의성만 발휘된다면 의외의 곳에서 수익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강력한 부가기능과 하루에도 수없이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그 실마리다.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장착된 위치기반기술(GPS)과 언론사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해보면 어떨까? 사용자 위치 주변에 있는 맛집을 보여준 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관련 기사나 사진, 업체 정보, 사용자 리뷰 등을 끌어다 보여줄 수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까지 연동시킨다면 이용 후기를 수집한 뒤 별도로 지면 특집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 최대 언론그룹인 싱가포르프레스홀딩스는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통해 정보와 함께 나타나는 디스플레이광고, 데이터베이스 등록을 원하는 업체에 받는 등록비 등으로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가 관건

최근 일본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 중의 하나가 정사각형 모양의 인식 코드인 QR 태그다. 바코드가 줄 형태로 된 것이라면, QR 태그는 사각형 안에 가로 세로로 찍힌 무수한 점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2-D 바코드라고도 부르는데, 일반 바코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작동법은 간단하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에 이 코드를 읽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진열대 상품이나 신문기사, 광고 등에 부착된 코드를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코드에 저장된 상품 부가 정보를 그대로 보여주거나, 해당 기사 사이트로 연결을 해준다. 국내 업체가 개발해 아이폰 앱스토어에 올린 한 애플리케이션은 이용자가 어떤 상품의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상품정보를 해독해 같은 상품의 온라인상 가격 비교 결과까지 보여준다.

   
  ▲ 함석진 한겨레미디어전략연구소장  
 
이 서비스를 신문, 잡지에 활용하면 무선 인터넷을 통해 사진, 영상은 물론 광고주들을 위한 상품 부가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지면 기사 옆이나 광고란에 있는 바코트를 스마트폰으로 찍기만 하면 된다.

앞으로 무선인터넷은 언론사들에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고, 그냥 멍하니 바라만 봐야 하는 옆 동네 옥토가 될 수도 있다. 결국 달라진 언론 소비환경의 소비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줄 것이냐의 문제이다.

그 성패는 누가 먼저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발빠른 판단과 실행을 성취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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