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가 언론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을까? 대형 언론사들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는 사각지대에 방치된 ‘뉴스’를 발굴하고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있어서는 소셜미디어의 경쟁력이 기존 언론을 능가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8월 온두라스에서 한국인 한지수씨가 네덜란드 여성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돼 이집트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씨가 억울한 살인누명으로 온두라스에 구금돼 있다는 내용이 KBS <추적60분>을 통해 전해진 뒤 트위터에 관심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고 이용자들은 관련소식을 리트윗(퍼트리기)해 이슈를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에 한씨의 페이스북 주소가 공개됐고, 이 사연은 때마침 수만 명에게 알려지면서 구명운동으로 번졌다.

   
  ▲ 한지수씨 페이스북 화면  
 
이 사건은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coreacdy)에게까지 전달됐다. 정 의원은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에게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을 중심으로 한씨 사건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유 장관은 한씨의 신원보증 문제를 현지 공관을 통해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트위터가 무관심했던 정부의 정책변화를 이끌어낸 순간이었다. 한씨는 지난해 12월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사이판 총격사건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사이판 여행 도중 괴한의 총기난사로 피해를 입은 박재형씨 등 한국 관광객 6명이 사이판 정부와 여행사, 그리고 우리 정부의 책임회피로 고통 받고 있다는 내용이 트위터를 통해 알려지면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모금운동이 인터넷에서 벌어졌다.

아이티에 대한 구호의 손길도 기존 언론사보다 더 빨랐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아이티의 참혹한 상황을 사진과 동영상, 짧은 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하면서 각종 구호단체에서 진행하는 성금모금 사이트 목록을 수만 명의 이용자들에게 퍼뜨리는데 앞장섰다. 트위터는 아이티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나 한지수씨 사례처럼 언론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건을 가장 빨리, 폭넓게 알릴 수 있는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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