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20일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전 한・미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에 대한 명예훼손과 쇠고기 수입 업자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MBC 제작진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1일 아침신문에선 언론은 검찰과 법원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보도했다. 심지어 당시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정체불명의 선동자들”이라고 폄하하기까지 했다. 정부의 미쇠고기 ‘졸속 협상’,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는 언론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의 ‘왜곡 보도’에 대한 반성은커녕 법원을 호통치는 언론이 상당수였다. 법관의 신뢰를 지적하기 전에 언론의 신뢰가 하락되는 형국이다.

다음은 21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대다수 언론은 1면 제목에서 ‘무죄’ 대신 법원과 검찰의 갈등을 부각시켰다.

   
  ▲ 한겨레 그림판.  
 

경향신문 <광우병 보도 ‘PD수첩’ 제작진 무죄>
국민일보
동아일보 <법원 “광우병 보도 전부 무죄”/ 검찰총장 “납득못할 판결 국민불안”>
서울신문 <너도나도 녹색마을>
세계일보 <‘PD수첩’ 무죄…법・검 갈등 격화>
조선일보 <법원 “PD수첩 광우병 보도 허위 아니다”>
중앙일보 <사법부・여권 권력 대충돌>
한겨레
한국일보

법원은 20일 판결에서 △“동영상 속 주저앉은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허위라고 볼 수 없다 △(아레사빈슨은)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죽었고 방송 당시까지는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서 허위라고 볼 수 없다 △94%가 과장이나 오해일 뿐 전체 취지가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허위라고 볼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관해 의구심을 가질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고 전문가 의견을 들었기 때문에 허위라고 볼 수 없다” 등의 근거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 1월21일자 경향신문 3면.  
 

경향은 3면 기사<언론의 정책 비판 ‘사회적 책무이자 권리’ 재확인>에서 “MBC「PD수첩」광우병 보도 사건에 대한 20일 법원의 무죄 판결은 언론의 정부 비판 폭을 상당히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강도높은 수사 끝에 기소한 검찰로서는 또다시 정권의 의도에 코드를 맞췄다는 따가운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반성 모르는 검찰…총장마저 “국민 불안” 원색 반응>에서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김준규 총장이 간부회의를 열어 법원을 직접 비판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며 “검찰은 무리하게 기소했던 ‘시국사건’들에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성찰이나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날 아침신문 중 유일하게 광우병 관련 보도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5면 기사<보수언론 ‘촛불 배후론’은 ‘마녀사냥’이었다>며 “피디수첩 때리기에 골몰했던 보수언론은 자성해야 한다”며 이창현 국민대 교수의 발언을 첫 문장으로 꼽고 관련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 1월21일자 한겨레 5면.  
 

또 이번 판결이 현 정권의 ‘역주행’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주목한 보도도 있었다. 경향은 6면 기사 에서 “이명박 정권 초기 국정장악과 여론통제를 목적으로 진행된 정권 차원의 각종 무리수들이 집권 중반에 접어들며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공공기관장 임기제 등 정당한 민주적 제도와 절차들을 겨냥해 진행됐던 집요한 역주행이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무너져내리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관련 사례로 미네르바 무죄 선고,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해임처분 취소 판결, 강기갑 대표 무죄 선고, 시국선언 교사 무죄 판결 등을 지적했다.

한겨레도 4면 기사이라는 기사에서 KBS, YTN 사례를 지적했다.

반면, 대다수 신문에선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4면 기사<강기갑-전교조 이은 ‘판결 쇼크’… 檢 “법원, 상식도 안통해”>에서 “이날 법원의 무죄 선고는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던 ‘법원과 검찰 간 갈등’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며 갈등을 부각시켰다.

   
  ▲ 1월21일자 동아일보 4면.  
 

조선일보는 3~4면에 이전 민사재판과 이번 형사재판의 쟁점을 5개로 나눠 법원을 비판했다. (<“핵심 5가지 허위보도” 고법 판결, 지법이 180도 뒤집었다>, ) 특히, 조선은 4면 기사<작년 ‘국보법 위반’ 이천재씨에도 “무죄”>에서 문성관 판사 관련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4면 머리기사로 <검 “법원 판결에 불안해 하는 국민 많다”>며 검찰의 주장을 부각시켰다.

주목되는 점은 이날 일제히 게재된 사설이다. 특히 보수언론은 격양된 반응을 보이며 사법부 ‘개혁’을 주장했지만, 촛불 집회 당시 보도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은 없었다.

동아일보는 사설<“PD수첩 허위 없다”는 문성관 판사 어이없다>에서 “최근 국민의 상식을 뛰어넘는 판결이 쏟아져 현기증을 느낄 정도”라며 “일부 법관이 아집에 사로잡혀 상식과 사리를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것은 독재권력 이상으로 위험하다. 사법부가 건강성을 잃으면 법의 지배는 의미를 상실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1월21일자 동아일보 사설.  
 

중앙은 사설<무엇이 사법부 독립을 위태롭게 하는가>에서 “문제의 본질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배치되는 잇단 판결이다. 나아가 판결에서 엿보이는 정치성과 이념적 편향”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 “양형의 불균형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 또 판결에 정치성이나 편향성이 개입되지 않도록 어떻게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 것이냐가 해법의 첫 수순이다. 단독 판사의 '독단적인' 판결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이며, 법원 내 '사조직'은 어떻게 할 것이냐도 과제”라고 주장했다. 중앙은 “언론의 자유 못지않게 책임도 막중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자사의 보도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특히 조선은 사설<문(文) 판사, 여중생들 죽기 싫다 울먹일 때 어디 있었나>에서 촛불집회를 선동이라며 ‘흠집내기’까지 했다.

“PD수첩이 과장하고 날조했던 이런 TV 화면, 이런 자막, 이런 음성이 젊은 어머니들이 유모차를 앞세워 거리로 나오도록 불러냈고, 철모르는 여중생들이 울먹이며 거리의 시위대에 합세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문 판사는 같은 화면, 같은 자막, 같은 음성을 듣고서도 이것이 '세세한 점에선 다소 과장이 있지만 중요 부분은 사실과 합치된다'는 것이다. 문 판사는 유모차를 앞세운 젊은 어머니와 죽기 싫다는 어린 여학생들이 거리를 메우고 정체불명의 선동자들이 '청와대로 가자'를 외쳐대던 2008년 5~8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 1월21일자 조선일보 사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사회적 합의와 소통을 자꾸 비켜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법개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도 사설<법관의 자질을 못 믿게 된 상황>에서 “이번 재판은 민사 1, 2심의 허위보도 판단과 배치됨으로써 법관들의 자질과 능력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드러냈다”며 “국민의 상식과 어긋나고 법관에 따라 똑같은 사실도 정반대로 판단하는 상황이 거듭된다면 어떻게 법원에서 정의를 구할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사과까지 한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허위 아니라니>에서 “3심제이므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재판부에 따라 이처럼 거듭 판결이 상이하게 나오는 상황은 법원의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세우기 위한 내부 개혁 차원의 단독판사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기수 경향신문 사회부 차장은 칼럼 <법을 흔드는 광풍을 멈춰라>에서 “행정(수사권) 독주와 대통령의 사면권이 남발되는 시대, 사법의 존재감은 더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다”며 “법을 사유하고 편익하고 겁박하는 작금의 붉은 광풍은 역사의 순풍일 수 없다.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1월21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은 사설에서 “그동안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의 도리질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기소는 이명박 정부와 검찰, 그리고 보수언론이 합작한 촛불 죽이기이며, 촛불 원인을 방송 탓으로 돌려 쇠고기 국면을 공안정국으로 돌리려는 공작이었던 것”이라며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한겨레도 사설<‘정치검찰’의 억지 기소 일축한 피디수첩 판결>에서 “이번 판결은 헌법과 법을 무시한 검찰의 억지를 바로잡은 것”,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가 헌법을 무시한 불법이라는 점도 이번 판결로 확인됐다”며 “검찰은 이번 판결을 두고 또다시 법원을 비난하며 반발할 게 아니라 스스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최근 일련의 ‘마녀사냥’식 행태를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판결을 다시 우리 사회의 이념적 대립을 증폭하는 기제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보도를 언론의 사회적 책무이자 권리로 인정해온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촛불 시위 정국을 거치며 보수ㆍ진보의 대척점이 된 PD수첩이 대상이라는 사실만 다를 뿐, 일반 언론보도 소송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 무죄 선고,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파장의 연장선상에 이 판결을 올려놓고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 흔들려는 행위는 배격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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