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은 죽이 잘 맞는 최고의 파트너처럼 보였다. 그런데 구글이 먼저 애플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고 애플 역시 구글의 밥그릇을 노리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애플과 구글이 새롭고 적대적인 관계로 들어섰다"는 내용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비즈니스위크는 "지금까지는 거리를 두면서 견제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뿌리기 시작하면서 두 회사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급기야 구글은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넥서스원이라는 이름의 구글 스마트폰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애플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아이폰을 쓰고 난 뒤 구글 이용 빈도가 부쩍 늘었는데 구글이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면 얼마나 더 편리하게 바뀔까"하는 기대감이 무르익는 추세다.

애플이 구글을 견제하고 있다는 건 지난해 앱스토어에 올라온 구글 관련 어플리케이션 일부가 승인을 받지 못한 데서도 드러난다. 구글의 최고 경영자면서 애플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던 에릭 슈미트가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이런 갈등에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이 넥서스원 출시를 발표했던 1월5일, 애플은 쿼트로라는 광고회사를 인수해 직접 모바일 광고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서로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에릭 슈미트와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기묘한 인연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두 사람은 54세 동갑인데다 오랫동안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함께 싸워왔다. 2006년 잡스가 슈미트에게 전화를 걸어 사외이사 자리를 제안하면서 "당신은 구글의 최고경영자로서 대단한 일을 했다"고 치켜세우자 슈미트가 "애플은 내가 세계에서 제일 존경하는 회사"라고 맞장구를 친 적도 있었다.

그랬던 잡스가 모바일 광고에 뛰어들면서 두 사람의 밀월관계는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인다. 비즈니스위크는 익명의 취재원들을 인용해 애플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모바일 광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애플의 목표는 구글과 검색분야에서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폰에서의 검색을 무용지물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 입장에서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돌변한 셈인데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 비즈니스위크 2월14일자 온라인판.  
 
그러나 아직까지 모바일 광고시장은 매우 척박하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온라인 광고가 6000억달러였는데 모바일 광고는 20억달러 밖에 안 됐다. 일단 애플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은 12만5천개에 이른다. 안드로이드의 7개가 넘는다. 인터넷 음악 서비스 MOG의 최고경영자 데이빗 하이맨은 "남들보다 더 많은 수익모델을 가진 모바일 플랫폼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물론 애플리케이션이 많다고 이기는 건 아니다. 잘 팔리는 애플리케이션은 한정돼 있고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이 공짜다. 모바일 광고 역시 비좁고 돈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비즈니스위크는 "애플이 아이팟과 아이폰에서 성공한 것처럼 모바일 광고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애플은 사용자 데이터와 위치기반 정보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 비즈니스위크 2월14일자 온라인판.  
 
이를테면 점심시간에 웹 서핑을 하면 근처의 음식점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주사위를 굴리는 것처럼 아이폰을 흔들어서 즉석 경품권을 확인하도록 할 수도 있다. 구글이 검색시장의 65%를 점유하고 모바일 검색의 점유율은 더 높지만 그러나 모바일 검색이 이제 막 시작단계라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사용자들의 행동이 데스크탑과 모바일 기기에서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모바일에서 구글을 열어 근처의 맛집을 검색하기 보다는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되는 맛집 검색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 다음 가장 가까운 맛집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는 한 리서치 전문가의 말을 인용, "슈미트는 검색의 99%가 해결됐다고 장담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면서 "검색창을 띄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실패"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모바일에서는 어디에 어떤 광고를 집어넣을지가 관건이 된다. 공간이 비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용자들이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원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는 구글보다는 애플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당신이 어떤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며 신용카드 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까지 확보하고 있다. 애플은 광고와 쇼핑을 결합할 준비가 이미 다 끝난 상태라는 이야기다.

한편 구글이 스마트폰에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과거의 후원자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게 된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구글은 "모바일 시장이 너무 중요해서 다른 회사들에 맡겨둘 수없다"는 입장이지만 "최소한 마이크로소프트는 PC를 만들지는 않았다"는 업계의 불만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 구글은 심지어 광고를 보는 대신 전화를 공짜로 쓸 수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를 공급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최악의 경우 애플이 구글과 완전히 결별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을 아이폰에 탑재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비즈니스위크는 모바일 검색이 전체 검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5%에서 2016년이면 2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과 애플이 이 시장에서 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누가 더 앞서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애플과 구글의 신경전은 국내 언론과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야흐로 콘텐츠 유통환경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으며 어제의 동지가 적으로 돌변하는 상황이다. 하드웨어와 인프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용자들의 욕구를 따라잡고 그에 맞는 콘텐츠와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다. 위기인만큼 기회도 많다. 강 건너 불구경처럼 지켜볼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원문은 http://www.businessweek.com/magazine/content/10_04/b4164028483414.htm
한글 전문 번역은 http://rollingpanama.tistory.com/220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