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 언론은 과연 자유로운가. 이른바 문민정부의 언론은 어떤 모습인가. 언론운동의 과제는 무엇인가. 미디어오늘 창간 1주년을 맞아 ‘문민정부에서의 언론자유’를 주제로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때:1996년 5월 3일 △장소:프레스센터 기자클럽 프레스룸
△대담자:김중배(언론인·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공동대표)
이효성(성균관대학교 교수·신문방송학)


이효성: ‘민주화’니 ‘문민정부’니 하는 말들과 함께 ‘언론자유’라는 말이 당당하게 말해집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언론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정치권력으로부터 제대로 독립하지 못한 점이라고 봅니다. 문민정부라고 하지만 권위주의적 정치풍토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다 언론인들도 독립적인 자세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과거 박정희정권이나 5공때처럼 노골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통제가 실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겉으로는 언론자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또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 더욱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김중배: 문민정부라고 할 때 과연 어떤 기준으로 이를 문민정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문민정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 언론 상황은 좋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언론자유를 존중하고 여기서 제기되는 여론들을 중요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정부라야 문민정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점에서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방송사 사장등에 대한 인사권 행사를 통해 언론을 장악하고자 하는 노골적인 언론통제 시도가 되풀이되는 것을 볼 때 과연 이 정부가 문민정부라는 이름에 걸맞는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또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과거 권언유착이 군부통제에 의한 수동적 권언유착이었다면 현재는 능동적인 권언유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언론 종사자들이 스스로 지배세력의 일원으로 이를 대변하고 기득권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효성: 언론이 정치권력의 의중을 파악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보도 태도는 정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었다면 발표문 전문을 정확히 실어주는 것이 기본적인 보도방식이어야 될텐데 그렇지 않은 점만 하더라도 언론의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렇게 중요한 보도였다고 한다면 이들 관련 보도들이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일시에 사라진 것은 더욱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결국은 사실 이상으로 과장 보도해 결과적으로 정부의 의제설정에 언론이 충실이 이를 전파하고 확대하는 일을 자임했다는 비판을 벗기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정부의 대중조작에 언론이 앞장선 꼴입니다. 이런 행위에 대해 언론이 전혀 반성이 없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언론의 부패문제 심각

김중배: 남북문제와 관련해 최근 미국에서 북한(조선)의 고위 관계자가 “북한이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를 도입하겠다”고 연설했다는 보도가 있었잖아요.

이것을 한겨레신문 특파원은 소설쓰기라고 표현했는데 좀더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언론이 권력의 의중을 살피고 하기 이전에 권력의 일원이 돼버린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분신이 돼 권력의 욕구와 이해관계가 언론의 그것들과 비슷해져 버린 것이지요.

이효성: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정치권력은 유한한데 반해 언론 권력은 무한하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되는 점입니다. 정치권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면서 언론과 재벌의 힘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견제장치가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입니다.

김중배: 한국언론에서 사주가 세습되는게 당연시되는 풍토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언론 문제의 많은 부분들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언론을 개혁하기 위해선 일선 기자들의 의식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이 됩니다만 기자의 결단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언론자유를 담보할 수 있는 구조와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해 보더라도 견제는 필요합니다.

재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언론이 사회의 공기 역할을 하기 위해선 언론의 소유문제에 대해서도 역시 사회적으로, 법률적인 제동과 견제가 필요한게 아닌가 합니다. 과거 헌법 조항에 편집권 관련 조항을 넣으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이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와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하겠습니다.

언론사내 분위기도 걸림돌

이효성: 언론자유가 언론사주의 자유라고 말해질 수 있는 오늘과 같은 현실에서는 언론의 소유와 집중을 견제하고 편집권의 독립과 수용자의 주권을 보장하고 담보할 수 있는 입법화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과연 이같은 입법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에서 우려되는데요.

언론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이를 무릅쓰고 입법 주체인 국회의원들이 입법화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인지 하는 점 때문인데요, 이런 점에서 언론의 소유와 집중에 대한 법제화를 당장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이고 그러면 그전에는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는 고민이 있는데요.

김중배: 참으로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실의 엄혹함에도 불구하고 언론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이를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언론노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목표를 설정해 운동을 추진해나간다면 그 과정 자체가 기존언론에 상당한 견제가 되고 각성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대중운동에 있어서는 목표가 구체적이고 명쾌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이같은 법제화운동으로 펼 것인가, 아니면 한때 민주언론운동협의회등에서 검토했던 민간 TV방송 설립운동등 구체적인 목표와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입니다.

이효성: 여당에서 무소속 당선자나 야당 의원 당선자들을 빼내가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만들려고 하고는 있습니다만 언론의 불공정 보도로 피해를 입고있는 야당의원들과 언노련등 언론단체,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정기간행물법이나 방송법등의 개정등을 통한 구조개편등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김중배: 많은 정치학자들도 이제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끝났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지난 15대 총선만 보더라도 시민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봉건사회로 거꾸로 가는, 새로운 봉건맹주를 찾으려 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듭니다.

또한 절차적인 민주주의마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은 그런 점에서도 하나의 주요한 척도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언론을 놓고 과연 민주주의를 운위할 수 있는 것인지 자괴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회·법률적 견제 절실

이효성: 우리 사회가 레토릭, 수사의 현혹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민주화됐다는 말이 너무 자주 쓰이고, 대통령이 민간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문민정부라는 말이 검증없이 남용되면서 마치 실제 민주화가 이뤄진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중배: 부패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부패는 우리 사회와 문화의 총제적 반영입니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이처럼 공공연한 부패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를 우리 국민이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할 때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언론의 역할과 사명이 요구되는데요, 언론이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잠재우고 그 각성을 방해하고 있지 않나 합니다.

이효성: 부패문제의 경우 언론도 결코 예외는 아닙니다. 전두환씨가 나중에 부인했지만 백담사 가기전에 언론인들에게 돈을 줬다고 증언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결코 그냥 해본 말이 아닐 것입니다. 이런 경우 사회 다른 분야에서는 양심선언하는 사람도 나오곤 하는데 유독 언론계에서는 그런 사람 한분 나오지 않았다는게 참담한 언론현실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합니다.

김중배: 더욱 참담한 사실은 그런 사람들이 언론을 주도하는 핵심적 위치에 앉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현실은 바로 언론문제해결이 이제는 도덕적인 접근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라도 제도화 문제를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효성: 화제를 바꿔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언론환경문제를 살펴보면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활자매체의 위기가 논의되고 있고 외국의 거대자본이 밀려들어오면서 언론의 질적인 향상이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판매부수만을 늘리려는 양적인 성장에만 주력하고 질적인 성장에는 관심과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중배: 그래서 더욱 제도화를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언론 경영이 종국에 가서 언론사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의문입니다. 그러나 도덕적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언론사내의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유언론, 민주언론을 실천하는 분위기 속에서 정보화사회에 대응하는 능력이 길러질 수 있습니다. 창조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거죠.

그러나 가장 언론 자유가 없는 곳이 신문사 내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탄력적이면서 창조적인 대응력이 길러질 리가 없지요.

노조 차원 조사·연구 필요

이효성: 이런 점에서 노조차원의 조사와 연구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의 언론노조들은 연구작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사 노조도 이제 구체적이고 면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경영자를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김중배: 대안의 마련은 꼭 경영자들의 몫만은 아닙니다. 기자들끼리, 혹은 편집간부와 기자들이 공동으로 공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언론노련등 언론단체들이 언론의 자유를 확보하고 언론이 직면하고 있는 구체적인 현안들에 대해 깊이 있고 치밀한 연구를 해서 장기적인 목표와 방법, 전략들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효성: 예 그렇습니다. 오늘 이 토론이 언론운동의 방향 모색에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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