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정운찬 국무총리 방송토론에 앞서 방송국에 사회자 오프닝·클로징 멘트까지 담긴 대본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운찬 총리는 지난 11일 밤 대전 MBC, 대전 KBS, TJB  합동 초청 ‘세종시 대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순오 한남대 교수가 사회를 담당했고, 진영은 충남 연기군의회 의장, 김성배 숭실대 교수, 조명래 단국대 교수, 엄태석 서원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총리실 산하 ‘세종시 기획단’은 방송 대본 형태의 문건을 주관 방송사인 대전 MBC 쪽에 전달했다. 오마이뉴스는 12일 총리실이 방송국에 제공한 대본 형태 문건을 단독 보도했다. 문건에는 사회자의 질문 문항과 답변 형식 등이 대본 형태로 자세하게 담겨 있다.

   
  ▲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대전 문화방송에서 열린 대전충남지역 방송 3사 공동기획 세종시 대토론회에 참석, 녹화전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 기획단이 보낸 사회자 클로징 멘트는 “요란한 정치적 이념적 구호보다는 과연 우리나라와 충청인의 미래에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실제 방송은 대본과는 달랐다.

대전 MBC는 방송토론 사전 준비 문제로 총리실과 자료협조 협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리실은 11일 오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공식 발표까지는 엠바고 파기 우려 때문에 자료 협조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런 가운데 양쪽이 추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방송 대본 형태의 총리실 문건이 방송국에 전달됐다.

그러나 양쪽은 방송 대본 형태의 문건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서는 엇갈린 주장을 펼쳤다. 이희준 ‘세종시 기획단’ 홍보지원팀장은 “방송국 요청에 따라 자료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전 MBC는 방송 대본 형태의 문건을 요청한 게 아니라 엠바고 문제를 피해가면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문건을 전달받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양재 ‘대전 MBC’ 뉴스센터장은 “총리실에서 보낸 문건은 참고자료일 뿐이다.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보낸 것은 아니다. 방송에 반영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리실과 방송국이 방송 대본 형태의 TV토론 문건을 주고받은 것은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배경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충청권 설득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여론조작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방송국이 만들어야 할 대본을 왜 총리실에서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언론도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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