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언론사의 95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일간지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곳은 부산일보(62억6천만원), 매일신문(7억1천4백만원)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반면 작년에 흑자를 기록했던 국제신문, 경남신문은 올해 각각 19억2천5백만원, 3억5천9백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전북일보(15억원), 제주신문(6억원), 중부매일(9억원), 강원일보(4억원), 동남일보(4억8천만원) 등 대부분의 지방일간지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방지의 ‘만성적자’가 계속되는 것은 제한된 ‘파이’에 비해 ‘포크’가 너무 많고 이런 가운데 중앙지가 지방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열악한 경영 상태는 모든 지방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지방지에 근무하는 사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이어진다.

지방지 가운데 중간급 수준에 해당하는 기존지들의 급여수준을 비교해보면 9년차 직원을 기준으로 95년도 본봉과 각종 수당 등을 합산했을 때 전북일보 84만8천원, 대전일보 98만원, 충청일보 1백만원, 광주일보 1백7만원이었다.

전북일보와 광주일보는 96년 임금협상을 거쳐 각각 총액 20% 이상의 인상을 했지만 도시근로자 표준생계비엔 아직 못미치는 수준이다.

신생지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95년 기준 동남일보의 급여수준은 대졸초임이 수당을 포함해 57만3천원, 9년차 차장급 기자의 경우 87만원, 지역주재기자 초임은 40만원선이다. 호봉체계나 정기적 임금인상은 없고 사주가 그때그때 개별적으로 인상하는 게 전부였다.

더구나 신생지들은 취약한 자본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에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작은 움직임만 보여도 사주가 미련없이 자본을 철수하게 된다.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직장을 먼저 잃어버리는 사태가 돌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방지 기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열악한 임금=사이비 기자’라는 등식을 갖고 바라보는 주위의 시각들이다. 전북일보의 한 기자는 “노조차원에서 공정보도 활동도 열심히 하고 편집권 독립과 관련된 부분은 중앙지보다 더 보장돼 있다. 그러나 임금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사이비기자라는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주위의 시각은 견딜 수 없을 때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동남일보의 한 기자는 “명절 때 의례적 차원에서 촌지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주재 기자를 제외하고 기사를 빼준다는 조건으로 촌지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중앙지도 의례적 차원의 촌지는 받고 있는데 지방지기자만 사이비로 몰린다”고 항변했다.

지방지 기자들은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편집권 독립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허리가 휘청거리고 있다. 전북일보 노조 이대성위원장은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방법은 결국 좋은 신문을 만드는 길외에 다른 길이 없지 않느냐”며 열악한 근로조건과 편집권 독립이 결코 서로 다른 두마리의 토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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