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6일자 1면에서 단독 보도했던 아이폰관련 기사를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는 이날 1면 기사 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2개월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SK텔레콤의 미국 애플의 아이폰 도입을 유보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5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국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위(51%)인 SK텔레콤이 아이폰을 도입할 경우 삼성 휴대폰 판매량이 국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최 회장에게 이 같이 요구했고, SK텔레콤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업계 관계자는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아이폰 도입에 적극적이었으나, 최 회장의 지시를 받고 도입을 보류했다"며 "SK텔레콤 내부적으로는 지금도 아이폰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삼성전자는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해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다"면서 "옴니아2 출시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진 이유도 KT가 아이폰을 출시하기 전에 시장을 선점하려는 이유가 컸다"고 덧붙였다.

   
  ▲ 한국일보 1월6일자 1면.  
 
하지만 이 기사는 6일 오후 한국아이닷컴과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사라져 누리꾼들이 반발하고 있다. 오보라면 원 기사는 놔두고 따로 정정 보도를 내는 것이 수순이나, 한국일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일보가 삼성이나 SKT로부터 압력을 받아 기사를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종재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외부로부터 압력은 없었고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국장은 "처음 기사 출고 때 취지와는 달리 댓글 등 온라인의 정서가 마치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처럼 확대됐다"며 "원래 기사의 취지는 경영진 사이의 의사결정 상황을 보여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기사가 오보도 아니고, 반론도 들어 위법성 조각사유도 충족하지 않았나.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다면 같은 방식으로 조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언론의 책임성을 강조했다.

이 국장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이 있다면 언론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미디어전문가는 "온라인에서 한번 노출됐던 기사는 해당 언론사가 기사를 삭제한다 해도 트위터나 블로그 등 다른 소통도구로 실시간 전파되기에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오프라인 뉴스룸에서 생각하는 형식논리에 빠진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문제가 증폭된다"며 "독자가 영문도 모르는 상황에서 후속기사도 없이 기사를 삭제한다는 것은 책임 있는 언론사의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8&aid=0002046951. 네이버 뉴스홈에 게재됐던 한국일보 아이폰 기사가 '언론사의 요청에 의해 삭제된 기사'라며 사라졌다.  
 
한편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기사가 사라진 상태지만 기사를 작성한 임현주 기자 블로그에는 기사 원문이 남아있다. 이날 블로고스피어와 트위터에서는 누리꾼들이 이 기사를 옮겨 나르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눈사람 리포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KBS 박대기 기자에 이어 '임현주 신드롬'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임 기자의 블로그에는 격려 댓글이 쏟아졌다.

블로거 jazz4fun은 "힘있는 서드파티에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히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삼성이 위의 기사 같은 행위를 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 부사장과 최 회장의 만남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