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요청을 받고 아이폰 출시를 유보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모두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6일 한국일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2개월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SK텔레콤의 미국 애플의 아이폰 도입을 유보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익명의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 부사장은 국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위(51%)인 SK텔레콤이 아이폰을 도입할 경우 삼성 휴대폰 판매량이 국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최 회장에게 이 같이 요구했고, SK텔레콤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아이폰 도입에 적극적이었으나, 최 회장의 지시를 받고 도입을 보류했다"며 "SK텔레콤 내부적으로는 지금도 아이폰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삼성전자는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해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다"면서 "옴니아2 출시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진 이유도 KT가 아이폰을 출시하기 전에 시장을 선점하려는 이유가 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SK텔레콤 관계자는 "한국일보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한번도 아이폰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가 없고 차기 모델을 들여오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재용 부사장과 최태원 회장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확인이 안 되지만 정 사장이 아이폰 출시를 유보한 것은 약정 조건 등이 맞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한국일보 보도는 익명의 업계 관계자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아무런 팩트 확인도 없다"면서 "삼성의 요청을 받고 아이폰 출시를 유보했다는 건 사실무근이고 우리로서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여러 방면으로 확인해 보고 있지만 왜 그런 기사가 나갔는지 모르겠다"면서 "상식적으로 요즘 비즈니스가 그렇게 위에서 한두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이나 이 부사장과 관련된 내용이 국내 언론에는 암묵적인 금기나 마찬가지였다는 점에서 특히 이번 보도의 파장이 주목된다. 삼성그룹은 이 부사장과 최 회장의 만남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업계 출입기자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편 지난달 승진한 이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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