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폭설 대란이 발생한 지난 4일 아침 폭설현장에서 고스란히 눈을 맞으며 뉴스를 전한 박대기 KBS 기자의 모습이 연일 누리꾼과 언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기자는 5일 "어떤 분들이 블로그에 '아버지가 생각나 웃으면서도 코가 찡했다'고 올려 밖(야외)에서 일하는 분들이 연상돼 더 지지를 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지난 4일 아침 KBS 1TV <뉴스광장>과 <아침뉴스타임> 등을 오고가면서 10∼20분 간격으로 여의도에 있는 중계차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리포트를 했다. 특히 KBS 2TV <아침뉴스타임> 두 번째 리포트 '중부지방에 눈…출근길 어려워'에서 앵커의 날씨상황 현장(여의도) 연결을 받아 뉴스를 전했을 땐 머리와 어깨에 눈이 수북이 쌓인 모습이 화면에 잡혔고, 앵커가 이 모습을 보고 다소 놀라기도 했다. 당시 앵커는 뉴스 스튜디오 화면에는 등장한 박 기자 모습을 보고 "어유 보기에도 눈이 많이 내리고 있군요"라고 말하면서 당시 상황을 잠깐 표현했다.

박 기자는 5일 밤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머리에 눈이 쌓인 이유에 대해 "중계차에서 뉴스를 전할 때 보통 차에 들어가 원고 쓰고, 수정하고 내려와 읽고 하는데, 그날엔 KBS 1TV 뉴스광장이 끝난 뒤부터 1∼2TV를 오가며 10분 단위로 계속 중계(현장연결)가 있었다"며 "차에 들락거리다 한 1시간 정도 서있었는데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기 기자 인터뷰 "내 모습 보며 아버지 생각난다는 분들이 지지 더해준 듯"

   
  ▲ 지난 4일 아침 방송된 KBS <아침뉴스타임>  
 
TV에 보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는 "내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인상쓰는 듯한 표정이었다"며 "좀더 밝은 얼굴로 해야했는데 힘든 상황이라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재미있어 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이번 리포트 때문에 격려 메일만 1500통을 받았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박 기자는 "메일주소가 재미있어서 그런 것같다"며 "일일이 답변못해서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분들이 블로그에 '아버지가 생각나 웃으면서도 코가 찡했다'고 올려 밖(야외)에서 일하는 분들이 연상돼 더 지지를 해 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메일 주소가 'waiting@kbs.co.kr'인 것에 대해 그는 "내 이름이 같은 '대기'이기도 하고, 수습 얼마 안됐을 때 '기자라는 것은 말하는 것보다 많이 들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들었다"며 "더 오래 기다리자, 그런 사람이 되자는 뜻에서 생각에서 그렇게 지었다"고 설명했다.

"밖에서 한 시간 서있었더니 그렇게 돼…격려 메일만 1500통"

누리꾼들은 박 기자의 '눈사람' 리포트 이틀째인 5일에도 관심과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KBS 홈페이지 뉴스게시판에 "박대기기자님 정말대박임ㅋㅋ " "박대기 기자님 대단하세용∼♥!!!" "박대기 기자님 너무 수고하십니다.ㅎㅎ" "박수를" "힘내세요" "박 기자 때문에 글 처음 남긴다" 등 격려글이 올랐다.

   
  ▲ 지난 4일 아침 방송된 KBS <아침뉴스타임>의 박대기 기자  
 
KBS도 외부 기자상을 받은 일이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어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포털에서는 박 기자의 방송 장면이 네티즌들로부터 이틀째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박 기자는 하루가 지난 5일 오전에도 주요 포털 주요 검색어 순위 1,2위를 다투고 위키 백과에도 등록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KBS 기자들도 내부 게시판에서 "진정 기다림의 미학(?)을 온몸으로 보여준 박대기 기자의 앞날에 영광 있으라"며 고생한 동료를 격려했다.

KBS,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

한편, 최근 KBS가 김현석 기자를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보복성' 지방전보 발령을 내자 KBS 공채 30기 이하 기자들이 자신의 실명을 걸고 '인사철회를 촉구하고, 제작거부에 동참해달라'는 호소문을 냈을 때 박 기자도 본인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 기자는 "대부분의 기자들이 이름을 실은 것"이라며 "현장에서 훨씬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눈 좀 맞았다고 마치 기자정신이 더 있는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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