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는 사퇴하라" "원천무효, 원천무효"

31일 오후 8시38분 국회 본회의장. 야당 의원들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앉은 본회의장 의장석 주변을 둘러싸고 김형오 의장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김형오 의장은 2010년 새해 예산안과 관련해 “표결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투표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의원석에 앉아 재석버튼과 찬성버튼을 차례로 눌렀다. 김형오 의장은 재석의원 177명 중 174명 찬성,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예산안 가결을 선포했다. 새해 예산안은 292조 8000억 원 규모로 핵심 쟁점이었던 4대강 관련 예산도 한나라당 뜻이 반영됐다.

김형오 의장이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예산안 처리를 시도해 가결까지 선포했지만, ‘절차적 하자’를 둘러싼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김형오 의장은 절차적 하자를 지적받았던 예산관련 부수법안 직권상정도 강행했고, 표결처리를 시도했다.

예결산 표결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이 의원총회장에서 기습적으로 강행처리를 한 데 이어 국회 본회의 예산 관련법안 처리도 ‘날치기’ 불법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산회를 선포한 다음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염두에 둔 심사기일지정 서류를 전달해 절차적 하자 논란을 일으켰다.

   
  ▲ 김형오 국회의장이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구호를 외치는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당 의원들에게 중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은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의 미숙한 처리 때문에 예산안 부수법안은 2009년 12월31일을 넘겨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제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김형오 의장은 방송장악법 날치기와 헌재 결정의 무시 등 국회 수장으로서 의회주의 후퇴를 불러온 책임을 진작 져야했다. 누가 강요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 스스로 국민들께 한 약속이며, 자신의 실수에 예산안 연내 처리가 불가능 해진 만큼 김형오 의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형오 의장은 절차적 하자 논란을 일으킨 예산안 부수법안마저 표결처리를 강행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헌정사상 가장 최악의 날치기릴레이 쇼”라고 비판했다.

조승수 의원은 “예산부수법안의 심사기일 지정 효력논란이 불거져도 유효라고 우기면 그만이다. 이러한 만행은 대한민국 국회가 더 이상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거대여당의 하수인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김형오는 사퇴하라”라는 구호를 연호하자 김 의장은 “다음번에는 여러분 지역구 초등학교 방청을 시켜야겠다. 이것이 민주주의 전당인가. 여러분의 행동이 민주주의인가”라고 야당 의원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김형오 의장은 예산 부수법안 심사기일지정 시간을 둘러쌀 절차작 하자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법사위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김형오 의장은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불법 탈법을 밥 먹듯이 해서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상 유례가 없는 자기자리 점거 농성이라는 코미디도 부족했는지, 국회의장은 예산부수법안 심사기일 지정을 법사위가 산회한 다음에 요청했다”면서 “무능한 국회의장과 한심한 여당이여! 날치기를 하려거든 제대로 한 번 세련되게 해 봐라”라고 반어법을 사용해 비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모든 파행의 책임은 거대여당 한나라당의 독재적 의회 운영 행태에 있으며 여기에 더해 꼭두각시 춤을 추고 있는 국회의장의 오만함이 어이없는 실책을 자초한 것이다.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