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해 연말 보신각 타종행사 생중계 때 시민들의 정부 비판 구호와 항의를 고의로 은폐해 '정권의 나팔수' '공영방송을 포기했느냐'는 강한 반발을 산 것과 관련해 올해 연말행사는 모두 KBS 내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KBS는 최근 2009년 제야를 차분하게 보내고, 희망찬 2010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31일 밤 11시부터 12시40분까지 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KBS는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소외 계층을 포함한 일반인 1500여 명을 초청하는 '새해맞이 콘서트'는 국내 최고의 KBS교향악단의 연주로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다"며 "이번 새해맞이 콘서트에서는 드미트리 키타옌코(Dimitri Kitajenko) 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의 협연, 소프라노 김은경,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신동원, 베이스 함석헌과 인천오페라합창단이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12월31일 밤 방송됐던 KBS <가는해 오는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  
 
   
  ▲ 지난해 12월31일 밤 보신각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지난 촛불문화제를 연상시키는 손피켓을 들고 반정부정책 구호를 외쳤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는 "KBS 1TV로 전국 생방송되는 이번 를 시작으로, 해마다 시청자를 초청하는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KBS 2TV에서는 이날 밤 9시50분부터 12시40분까지 <2009 KBS 연기대상>(총 3부)을 방송한다. 이 행사는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다. 사실상 KBS 1TV와 2TV 모두 KBS 건물에서 진행되는 셈이다. 지난해까지는 '가는해 오는해'라는 연말 타종방송을 종로 보신각 현지에서 생중계했다.

KBS가 보신각이라는 '광장'을 버리고, KBS 내부에서 콘서트로 연말 방송을 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KBS가 조작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사고'를 쳤던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KBS는 지난해 12월31일 밤 11시부터 1TV를 통해 <가는 해 오는 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를 프로그램을 생중계로 방송했다. 당시 한미FTA 비준안과 미디어법 등에 대한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처리 움직임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서울 종로 보신각 타종행사장까지 찾아와 새해 인사말을 했던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물러가라' '명박퇴진' 등을 외쳐 타종 순간 시민의 환호성조차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당시 KBS는 △방송 내내 촛불을 든 시민들이 방송장악 저지 등 정부정책 반대시위를 하는 모습 △'명박 퇴진' '조중동 재벌방송 반대' 등이 적힌 손피켓 △시위대보다 많은 인력이 배치된 경찰 등을 전혀 화면으로 비추지 않았고, 정부비판 함성을 전하지 않은채 음향효과로 박수소리를 내보냈다.

이 때문에 KBS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권고')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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