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345일 만에 협상이 타결된 것과 관련해, 유가족들은 내달 장례식 이후에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씨는 30일 오후 서울 용산 남일동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공식적으로 (협상)타결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며 “진상규명하고 책임자처벌 할 때까지 장례 치르고 나서도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유가족 5명은 기자들 앞에서 각자의 심정을 밝히면서 아직 타결되지 않은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 문제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권명숙씨는 “너무 비참하게 돌아가셨고 냉동고에서 365일 넘게 있을 열사들을 보고 있을 수 없어 유가족이 장례를 치르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희생자들을)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고 도움주신 분들의 은혜를 갚아가면서 진상규명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 용산참사 유가족과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가 30일 오후 참사 현장인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 정부. 서울시 측과의 협상 합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노컷뉴스  
 
고 양회성씨 부인 김영덕씨도 “1년이 다 가도록 아직까지 아무 것도 밝혀진 게 없지만, 우리가 (희생자들을)더 이상 추운 냉동고에 놔둘 수 없어서 장례 결정을 내렸다”며 “(정부가)하루라도 빨리 해결을 했어야 했는데 왜 연말을 하루 앞두고 해결에 나섰는지 유감”이라며 그동안의 애끊는 심정을 토로했다.
 
고 윤용현씨 부인 유영숙씨도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외쳐 왔고 저희 남편들이 ‘도시 테러범’으로 몰렸기 때문에 명예회복을 원했다”며 “절대로 지치지 않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투쟁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씨는 “(남편이)망루에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올라갔는데 이렇게 학살을 당했고, (유가족은) 아직까지 대통령으로부터 사과 한마디도 듣지 못하고 총리 사과로 장례를 치르게 됐다”며 “저희 아이들 너무 고통 속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빠를 너무 비참하게 보내드리게 돼 아이들에게 큰 짐이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성직자,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씨는 “정말 우리를 위해 애써주신 (용산 범대위)상황실 식구들, (천주교)사제단분들이 없었으면 저희들이 여기까지 왔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날을 기다렸는데 ‘반쪽장례’를 모셔서 너무 허무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전씨는 구속된 아들 이충연 용산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사랑하는 우리 아들. 아버지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아들”이라고 부르며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날을 위해 여러분들과 함께 열심히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고 한대성씨 부인 신숙자씨는 “(애 아빠가)눈 감지 못할까봐”, “돌아가신 것도 억울하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다. 신씨는 눈물을 닦고 나서 “억울해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같이 가야 할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한편,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시 측과 내달 9일 장례식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정부를 대표하여 정운찬 국무총리가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 △유가족 위로금, 용산철거민 피해보상금, 장례에 소요되는 비용은 재개발조합 측에서 부담한다 △이번 합의내용의 실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종교계 지도자들을 포함한 이행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합의했고,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현재 비공개된 상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