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봉은사 주지)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연말 예산안 강행 독주에 대해 28일 "예산안이 강행처리되면 정권퇴진운동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거짓말이 상습화됐고, 대통령 말을 서푼짜리 동전만도 못하는 세태가 됐다"고 개탄했다.

명진 스님은 28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4대강 사업 예산을 둘러싼 여야 대립 등에 대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등 여권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이 대운하가 아니라는 얘기를 몇차례 했고 또 국회의장도 대운하를 포기하자는 선언을 하자고 제안을 했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안믿는다"며 "이제 정치지도자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명진 스님은 "대운하로 시작된 4대강의 문제는 단순하게 한강, 강의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 국민과 대통령간의 불신과 신뢰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그동안 국민들과 약속했던 부분들이 제대로 지켜졌는가에 대해서 우리가 한번 점검을 해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명진 스님은 그 대표적 사례로 "BBK 사건이라던가 도곡동 땅 문제도 사실 냄새 펄펄 나는 오물을 흙으로 덮어놨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며 "또 대통령이 '돈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는 게 내 신념'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나중에 상환하는 그런 제도로 바꿨는데 그것도 높은 이자에다가 여러가지 불리한 조건들을 걸었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반발을 한다"고 제시했다.

   
  ▲ 명진 스님(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지난번 미국에 갔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FTA에 대해서 다시 재협상을 할 그런 뜻을 보이니까 그때 우리 대통령이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며 "대통령 말에 대해 선거때 유리한 표를 얻기 위해서 아무 말이나 하는 거짓말이 상습화 돼버린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말처럼 몇 번씩 얘기해도 믿지 않는 그런 불행한 사태가 겹쳐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명진 스님은 현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급하게 서두르고, 토건 사업자 공사 밀어붙이듯이 하는 것도 결국 '4대강 사업을 통해서 다른 목적이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거둘 수 없게 만든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명진 스님은 4대강 사업을 국회에서 강행시키게 될 경우 "아마 전 국민적인 어떤 분노를 통해서 정권 퇴진 움직임까지도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4대강 사업이 MB 역점사업이라 대통령-여-야 3자회동이 무산됐다는 주장에 대해 명진 스님은 "국민이 원하는 사업이 아닌 대통령 개인이 원해서 하는 역점 사업에 대해서 '개입을 할 수 없다'는 얘기는 맞지 않다"며 "삼권 분립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주시대 임금처럼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다 무조건 따라야 되는 그런 나라가 아닌데도 '대통령의 역점사업이니까 무조건 밀어붙인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이 대통령이 '주인을 섬기는 머슴의 입장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고 한 말을 들어 "그 머슴이 주인 눈치를 안 보고 주인 말도 안 듣고 주인을 속이고 그게 과연 머슴이 하는 짓인지, 그런 대통령이 본인이 한 말을 스스로 뒤집고도 부끄러움이 없고 뻔뻔스럽게 밀어붙이는 형식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면 국가 전체의 불행이고, 국민의 불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참사에 대해 명진 스님은 "이 대통령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니까 예수님 탄생하신 날(크리마스)을 기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희망을 가졌는데 크리스마스 지나고, 올해도 이렇게 넘어가는 것 같아 유가족 분들과 여러 분들한테 종교인으로서 미안하고 마음 아프다"고 토로했다. 명진 스님은 법적인 문제와 관련해 "'왜 검찰이 용산의 수사기록 3000쪽을 법원에서 제출하지 않는가' 묻고 싶다"며 "보상이나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 장례식도 중요하지만 수사기록 3000쪽을 빨리 안 내놓는다면은 결국은 세월이 지난 다음에라도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시 수정론에 대해 명진 스님은 "국가 지도자가 대국민 과정을 통해서 약속한 사항"이라며 "신뢰가 무너져버리는 사회는 이미 어떤 민주주의가 붕괴된 사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약속을 뒤집는 과정도 바람직하지 않고, 정운찬 총리를 내세워 적당히 시간을 끓다가 세종시 문제를 바꾸는 것으로 고착화 시켜나가는 태도도 지도자답지 않다"며 "'장부일언이면 중천금'이라고 했는데, 지금 대통령의 한 마디는 서 푼짜리 동전만도 못 할 정도로 가볍게 여겨지는 그런 세태가 됐다"고 촌평했다.

야당이 국정 발목을 잡는다는 점에 대해 명진 스님은 "소수 야당을 만든 국민들한테 문제(책임)를 물어야 한다"며 "'경제, 경제'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절대 다수 의석을 만들어줬는데, 우리 국민을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괜찮은 그런 돼지냐는 그런 물음이 제기되고,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어떠한 부도덕한 사람도 지도자로 모실 수 있도록 한 게 지난 번의 선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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