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특별회견도 사전준비 됐다
방송 특별회견도 사전준비 됐다
이벤트성 방송보도에 방송 내부에서도 비판

아랍에미리트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자에 한국 기업이 사업자로 선정되자 KBS MBC 등 방송사들이 메인뉴스 시간에 이명박 대통령의 현지 특별회견을 생중계하고, 사업 의미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뉴스를 내보내 현 정부의 이미지정치에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원전 수주 가능성이 높고, 이 대통령이 직접 현지에 방문한다는 소식은 이미 지난주 초(지난 22∼23일께)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엠바고를 전제로 사전에 전달됐던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MBC KBS,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성과 대대적 보도

   
  ▲ 2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 2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이날 가장 적극적인 원전 수주 성과를 보도한 곳은 MBC였다. MBC는 전날 톱뉴스를 포함 '원전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2건의 리포트를 내보낸 데 이어 27일 밤 <뉴스데스크>에서도 톱뉴스부터 4건의 리포트를 집중 보도했다.

MBC는 톱뉴스 '원전 수주 성공'에서 "이번 계약으로 우리 업체들은 그동안 원전 건설 경험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수출 실적이 없어 감내했던 저평가를 극복할 수 있게 됐고, 원자력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도 이루게 됐다"고 평가했다.

MBC는 "이명박 대통령이 입찰에 결정권을 쥐고 있는 모하메드 왕세자에 여섯 번이나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에 나섰고 한승수 전 총리를 현지로 파견하는가 하면,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인력 양성 등을 제안하며 열세였던 분위기를 우세 쪽으로 돌려놓았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뒷얘기를 전했다.

MBC는 이어진 리포트 '47조원 규모 수주'에서도 "큰 의의는 우리나라가 막대한 원전 건설시장을 선점했다는데 있다"며 "이번 수주를 계기로 반도체와 자동차의 뒤를 잇는 신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적으로는 이날 가장 많은 리포트를 내보낸 KBS도 톱뉴스 '47조원 규모 UAE 원전 수주'에서 "한국형 원전의 첫 수출 사례로 기록될 이번 수주는 우리의 기술력과 협상력 그리고 외교력의 총체적인 승리라고 청와대는 평가했다"고 전했다. KBS는 톱뉴스부터 3건을 원전 수주 소식으로 방송하고, 잠시 기습 폭설 소식 등 7건의 다른 뉴스를 전한 뒤 10번째 뉴스부터 다시 5건의 원전 수주 평가를 집중 보도했다.

이미 지난주부터 엠바고, 사전준비…대통령 현지회견까지 메인뉴스서 생중계

   
  ▲ 27일 방송된 KBS <뉴스9>  
 
이와 함께 MBC(4번째 리포트)와 KBS(3번째 리포트) 모두 각각 청와대 출입기자와 정치팀 기자가 뉴스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이번 수주의 성과를 평가하는 한편, 나란히 특별회견 생중계를 진행했다.

KBS와 MBC 메인뉴스 시간에 방송된 아랍에미리트 현지 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 한국은 이러한 크나큰 원자력 발전 시장에 당당히 참여하게 되었고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됐다"며 "이번 마지막 한 해를 보내면서 원전 수출 국가가 되는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된 것은 대한민국이 국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런 의미에서 저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특별회견은 사전에 준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지환 KBS 정치팀장은 "(이번 특별회견 방송을) 급하게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전 수주 뉴스를 중간 부분부터 다시 집중 방송한 것에 대해 "오늘 눈소식도 주요뉴스이니 이를 (잠깐) 내보냈다가 (원전 소식이) 중요한 뉴스인 만큼 다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C 보도국 간부는 "(특별회견을 하는지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다"며 "회견 방송 자체는 라이브(생중계)로 내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이벤트에 방송사가 효과 극대화" "MBC 나름대로 쿨하게 하려 했다"

   
  ▲ 27일 방송된 KBS <뉴스9>  
 
청와대 출입기자가 스튜디오에까지 나올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원래 안하려고 했는데, 라이브로 진행된 회견이어서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적절한 시간에 기자가 나가 대기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MBC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일종의 이벤트에 방송이 효과를 극대화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MBC의 한 중견기자는 "이미 지난주부터 청와대 기자들에게 엠바고가 걸리면서 성사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 언론계에 전파된 상황이었고, 대통령까지 직접 현지에 갔다는 것 자체가 성사 가능성을 반증했던 것"이라며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식으로 '이벤트' 형식으로 방송한 것은 이미지정치에 동원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MBC 보도국 간부는 "MBC 입장에서 평가할 부분은 평가하고, 너무 일방적인 홍보로 비춰지지 않도록 '쿨하게' 하려고 했다"며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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