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주 경쟁에서 한국 기업의 수주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언론이 이명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6일 밤 메인뉴스로 이명박 대통령의 UAE 출국 소식을 전했다.

KBS <뉴스9>는 “지금 아랍 에미리트에선 수십조 원 규모의 원전 수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 외교로 이 원전 수주를 돕기 위해 오늘 현지로 출국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밤 세일즈 외교를 위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합니다. 우리나라 역대 최대규모인 50조 원대 플랜트 수출사업체 수주경쟁을 막판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보도했다.

   
  ▲ 12월 26일 방송된 KBS <뉴스 9>(왼쪽), MBC <뉴스데스크>  
 
주요 신문도 이명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집중 부각시켰다. 동아일보 26일자 1면 머리기사로 <수십조원 UAE 원전수주 이 대통령 현지 최종담판>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조선일보도 26일자 1면에 <이 대통령, 원전 팔러 UAE 간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번 사업은 400억 달러(한국 돈 50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플랜트사업으로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수주하게 되면 역대 최대 규모의 플랜트 수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S는 “수주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MBC는 UAE 정부가 이달 말까지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며, 우리의 수주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청와대 견해를 전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한국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기술력뿐 아니라 외교적 협상력의 총체적인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이 수주에 성공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적 협상력 때문이라는 청와대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UAE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최종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한국전력 컨소시엄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적 협상력 덕분이라는 주장은 청와대의 홍보 논리이고, 이와 무관하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연합뉴스는 27일 <한국형 원전, UAE 수출 성공 유력>이라는 기사에서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자로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한국형 원전 컨소시엄’의 선정이 유력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KBS는 치열한 수주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연합뉴스는 한국형 원전의 수출 성공이 유력하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전력 주도 컨소시엄의 UAE 원전 수주가 유력한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관여했다면 이를 외교적 협상력의 승리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 국민일보 12월 9일자 30면.  
 
이와 관련 원자력 전문가의 주목할 만한 칼럼이 국민일보 12월9일자 지면에 실린 바 있다. 최광식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9일자 국민일보 30면 <중동에 이는 원자력붐>이라는 칼럼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한국전력이 주계약자로 미국 웨스팅하우스사를 끼고 입찰에 들어가서, 일본 히다치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의 컨소시엄과 프랑스의 아레바사를 제치고 현재 선정 최유력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으며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칼럼에 실린 내용대로라면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12월 초에 이미 최유력 대상자 위치에 올라섰으며 최종 결정만 앞둔 단계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12월26일 청와대 기자단을 이끌고 UAE를 방문한 것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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