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총무인 김인국 신부는 21일 용산참사 미해결에 대해 친서민을 강조하면서 용산 문제를 외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위선과 뻔뻔스러움에 대중들이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고 토로했다.

김 신부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같이 대통령·정부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무관심을 안타까워 했다.

김 신부는 용산 참사 문제가 1년 가까이 미해결된 상태로 지속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아마 정부와 대통령은 대중들의 망각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건 아닐까 하는 믿음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 김인국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총무 신부. 이치열 기자  
 

그는 "국가 권력이 본분을 잃고 이토록 오만방자해졌는데 우리는 일상에 파묻혀서 까먹고 있다"며 "큰 문제는 입만 열면 친서민 친서민 하면서 용산 문제를 외면하는 대통령의 위선, 그 뻔뻔스러움에 우리들이 너무 익숙해져버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이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과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덕수궁 분향소에 다섯 시간 기다려 조문하고 흐느낄 줄 아는 국민들에 대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용산 분향소에는 눈길, 발길조차 주지 않는 이중감정이 용산 참사의 한 가지 원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는 한 대통령의 이러한 오만과 불손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시 재개발 강제철거사태로 인해 옥인동 세입자들 용강동 세입자들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서울시가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기도 하고 또 동절기에는 강제 철거 하지 않겠다고 하는 자신들의 방침을 어긴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하면 "이런 참사는 도시 빈민이나 운이 없는 사람에게 어쩌다 벌어진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 예비 대상이라고 하는 점들을 거듭 반복해서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라고 환기시켰다.

신앙인인 이명박 대통령이 성탄을 앞두고 용산문제를 해결하려는 기대감에 대해 김 신부는 "이건희 사면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반면, 용산 참사로 재판 받은 분들은 징역 6년 형등의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혀 있다"며 "힘 센 자는 알아서 잽싸게 풀어주고, 약한 자는 반면 꽁꽁 묶어두려고 하는 게 현실이며, 약자에 대한 관용과 연민이 종교의 기본 감정인데 대통령에게 그러한 신앙인의 풍모를 느껴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천주교회도 과거에 비해 어두운 곳과 소외된 계층에 관심가 참여가 소홀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김 신부는 "유신독재나 그 이후 군사 독재에 맞서 싸우던 신앙인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싸우고 있다"며 "교회의 사회 참여와 이 세상의 인간화 문제에 더 많이 헌신하고 투신하라고 하는 그런 기대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신부는 "존엄하신 하느님이 비천한 사람이 됐다는 신비에 따라서 정말 우리도 작아지려고 또 낮아지려고 애써야하고, 더 이상 작아질 것도, 또 낮아질 것도 없이 쪼그라든 사람들의 불쌍한 처지를 좀 헤아려 줘야 한다"며 "그러지도 않으면서 그저 근사하게 꾸며진 '구유' 앞에 가서 잘 차려진 옷을 입고 아기 예수님께 그냥 공손하게 경배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진정한 일일까"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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