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프랑스의 국왕 루이 14세는 “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말에서 절대 군주의 반민주적 폭력성이 짙게 묻어난다. 루이 14세 이후 3백 여 년이 흐른 오늘날 이명박 대통령이 법치를 어지럽게 하는 모습은 역사속의 절대 권력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 대통령의 태도에는 ‘내가 법이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이 대통령의 법의식은 제멋대로다. 실정법이 있어도 무시하면서 자신이 개인 견해를 법보다 위에 세워 집행하려 하거나 법에 저촉되는데도 밀어붙이기를 강행한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4대 강 사업, 철도 파업 등에 대한 태도는 안하무법(眼下無法)이다.

대통령은 법의 틀 속에 있다. 대통령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을 피할 수 없다. 현재 그런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4대 강 사업, 철도 파업, 언론악법 등에서 현행법이나 그에 준하는 ‘결정’ 등을 무시하자 심각한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국회에서는 예산안 심의가 중단되고 현역 의원, 도지사의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은 법에 우선한다는 독주를 멈추지 않으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 (왼쪽), 17세기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수정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자 자유선진당은 소속 의원 17명 전원의 사퇴를 결의를 한데 이어 충남지사도 3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에 반발, 지사직을 사퇴했다. 세종시 관련 특별법이 수년전 여야 합의로 통과되어 추진되다가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자 이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는 세종시 수정에 대한 반대가 월등이 많지만 청와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법치의 뿌리를 깊게 하려면 정권이 바뀌었다 해서 합리적인 공론의 과정 없이 자의적으로 법을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2일 오전 경북도청에서 열린 지역발전위원회 회의에서 "4대강, 앞으론 답변 않겠다. 과거를 기준으로 한 낡은 생각과 지역정치 논리로는 결코 미래를 열 수 없다”고 말해 자신이 연일 언급하는 공세적 발언의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이 대통령은 철도 파업과 관련해 노조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감추지 않으면서 타협불가론을 외치고 있다. 그가 철도파업에 강력한 대처를 주문하자 경찰이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전 방위 압박이 노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합법으로 결정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의 목적, 수단, 절차, 방법 등 모든 면에서 합법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의 행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선두에 나서고 정부 관련부처가 총동원되어 이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조를 강제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그 추진 절차가 불법, 편법, 위법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자신이 옳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부실했고, 수자원공사를 부적절하게 사업 주체로 포함시키는 등 편법과 위법이 뒤범벅되었다는 비판이 일면서 국회에서는 예산 심의가 중단되었다. 정부가 예산심의도 거치지 않은 4대 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권경 유착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즉 정부가 지난 9월부터 실시한 31건의 4대강 사업 관련 입찰 과정에서 1조3700억 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주장을 경실련이 2일 주장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집중 홍보하는 과정에서 거짓 홍보자료를 만들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MBC 은 지난 1일 방영한 ‘4대강과 민생예산’ 편에서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누리집에 올라온 ‘우리의 강’이라는 제목의 4대강 사업 홍보 동영상 가운데 일부는 4대 강 사업과 관련이 없는 지역이 포함되어 있다고 폭로했다. 또한 정부가 세종시 수정 방안을 홍보하기 위해 방송사,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뉴시스 통신이 지난 1일 보도한 바 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에 대한 법률 작업이 이뤄지기 전에 홍보를 위해 공영·사영 방송의 프로그램 기획 자율성을 침해하면서 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을 방안을 검토한 것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KBS 신임 사장에 김인규 대선 특보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 정권의 공영 방송 장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비웃는 태도를 취했다. 대통령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공영방송 독립 보장의 원칙을 짓뭉갠 것이다. 현 정권이 불법 날치기로 통과를 시도한 언론악법에 대해 헌재는 물론 법제처에서도 국회심의 통과 절차가 부적절했다는 것을 지적하는데도 청와대,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이 법의 후속조치에 열을 올리는 태도를 취했다. 유권자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절대군주시대의 통치방식이다.

   
  ▲ 고승우 논설실장  
 
청와대는 총체적인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우선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발상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민주주의적 정치는 유권자를 의식하면서 공론의 장을 통해 소통과 타협, 절충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법치의 원칙을 외면하면서 행정부와 여당이 들러리를 서는 집권 형식은 절대군주 시대의 통치 모습과 흡사하다. 집권세력이 준법을 하지 않으면 유권자. 시민사회, 야당 등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수많은 민초들이 반대하고 도지사, 국회의원 등이 줄 사표를 내거나 국회가 마비된 현실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는 바로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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