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와 전자신문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전자신문이 1일 가판(2일자) <인터넷 발전기금 기업서 조달 추진 / 방통위, 초안 마련…업계 "반시장 조치" 반발> 기사에서 "정부가 인터넷 발전기금을 민간기업으로부터 조성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추진한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방통위는 가판이 나오자마자 기자들에게 긴급 문자를 보내 "전자신문의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전자신문은 2일 배달판에도 방통위의 해명만 추가해 관련 내용을 그대로 게재했다. 아이뉴스24도 같은 날 <정부, 인터넷 업체에 '기금 출연' 강제 논란> 기사를 보도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보도를 종합하면 방통위는 최근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용역을 줘 '인터넷 기반 서비스사업 기본법' 초안을 마련했다. 이 초안에는 인터넷 산업의 규제와 진흥책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재원을 포털을 포함한 민간 인터넷기업으로부터 조성한 기금으로 충당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포털 업계의 주 수익원인 검색광고 매출에서 일부를 떼는 방안까지 거론됐다"며 "(인터넷 업계에서는)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고 일정 요건을 갖춰야 어느 정도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는 방송이나 통신업종과 달리 포털이나 게임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산업"이라며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신문의 문제 제기는 간단하다. 인터넷 산업육성에 무게 중심을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공공재를 사용하지 않는 민간 인터넷 업체에게 거액의 기금을 내라는 책무를 떠 안긴다는 것은 반시장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국경 없이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 등 외국계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돼 역차별 우려까지 있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금 모금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 전자신문 12월2일자 1면  
 

이에 대해 방통위는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발전기금에 관한 내용은 강승규 진성호 의원 등 일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추진해 온 사항일 뿐 방통위는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해명대로 정책 확정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관련 내용이 얼마든지 바뀔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금 출연 요구에 이어 방통위가 용역을 준 법안 시안에 사업자로부터 기금을 출연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확인되면서 인터넷 업계에서는 방통위도 인터넷 기금 출연 정책에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논란이 된 인터넷기반서비스법안 50조에는 "정부는 인터넷기반서비스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하여 인터넷기반서비스발전기금을 설치한다"며 기금은 △정부의 출연금 또는 융자금 △사업자 및 정부외의 자의 출연금 △기금 운용 등에 따른 수익금 △차입금 그 밖에 수입금 등으로 조성한다고 명시돼 있다.

인터넷 기금조성 문제는 3일 방통위가 주최하는 '인터넷기반서비스사업기본법(안) 공청회'에서 본격적인 논란거리로 떠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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