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젯밤(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서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방침과 4대강사업 강행방침을 밝힌 데 대해 28일자 대부분의 아침신문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존중하며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전국단위 아침신문의 관련사설 제목은 다음과 같다.

경향신문 <세종시 논란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국민일보 <세종시 논란 접점 찾아 나서야 할 때>
동아일보 <세종시 '대안이 국익' 더 다각적 설명 필요하다>
문화일보 <이대통령의 공언 - 세종시 수정과 4대강 복원>
서울신문 <세종시 정부 대안 차분히 지켜볼 때>
세계일보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청와대 과제>
조선일보 <이 대통령 "세종시 과거 약속, 부끄럽고 죄송하다">
중앙일보
한국일보 <'국민과의 대화' 이후 여론이 궁금하다>

주목할 만한 사설은 동아일보다. 동아일보 사설의 제목은 짐짓 심각하지만 내용은 이 대통령 역성을 드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말미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대안이 국익'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다각적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바로 다음 대목에 "세종시 수정에 정부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의 직접 언급으로 세종시 수정은 긴급한 국정과제로서 추진력이 붙게 됐다"며 "세종시 구상은 애당초 그 자체의 필요성보다는 정치적 이해타산의 산물이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 동아일보 11월28일자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애초 국무총리 후보자의 '개인 소신'을 빌려 문제제기를 한 것이나, 수정안 마련이 임박한 시점에 와서야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나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기는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논란의 본질은 전혀 달라질 것이 없다"며 "세종시는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기반한 국민과의 약속이며 이를 위해 지난 세월 수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11월28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국민에 대한 약속 파기는 이 대통령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온다"며 "세종시를 둘러싼 국론 분열과 갈등, 그로 인한 국가적 비용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8일 대통령과의 대화를 전한 각 신문의 1면과 3, 4면 편집도 눈 여겨 볼만하다. 대부분의 신문이 이 대통령의 발언을 머리기사로 뽑은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신문은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세계 어느 나라도 수도 분할은 없어 대선때 세종시 원안추진 발언 죄송">으로, 3면 관련기사 제목을 <"세종시 수정 땐 개인적으로 불리하지만 소명 가져야">, 4면 관련기사 제목은 <"친부자 아니다, 감세는 일자리 위한 것">, <"물일은 할 때 빨리 해야 예산도 줄인다"> 등으로 달았다. 한국일보가 3면 해설기사 제목을 <세종시·4대강 정면 돌파 의지…집권 중반 '드라이브' 예고> 등으로 뽑은 것과 대조적이다.

   
  ▲ 중앙일보 11월28일자 1면.  
 
한편 이날 밤 충남 연기군청 촛불집회 현장에서 중계를 지켜보던 현지 주민들은 중계화면을 향해 일제히 분노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한겨레는 28일자 4면 기사 <중계 보던 주민들 "이래도 되는거여?">에서 "2000여명의 행정도시 원주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 비효율 등을 이유 삼아 '교육과학도시 등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히자 중계화면을 향해 일제히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며 "주민들은 특히 이 대통령이 '수도 분할은 안 된다'며 사실상 '행정도시 백지화'를 언급하자 '정권 타도'를 외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 한국일보 11월28일자 3면.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오희복(83·연기군 서면 봉암리)씨는 "이러려고 조상 유골 파들고 고향 떠난 줄 아느냐. 내 집, 내 땅 그대로 내놓아라. 못하면 대통령 물러나라"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장태순(85·봉암리)씨는 "국민 없는 대통령 있어? 대통령은 법도 안 지키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여?"라며 "살만큼 살았으니 다 들고일어나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중계차로 연결돼 현장에서 토론에 참여한 유한식 연기군수는 "대통령도 10여차례 이상 약속한 사안인데 하루아침에 약속을 파기하면 어느 국민이 정부와 대통령을 믿겠는가.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행정도시연기군사수대책위원회, 행정도시무산저지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 등 지역단체들은 28일 오후 1시 행정도시건설청 앞에서 정운찬 총리와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방문 저지 집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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