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도입을 둘러싸고 각종 전망이 난무한 가운데 현 미디어광고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채널 생존이 어둡다는 예측과 시청률에 맞춘 자본투입을 고수하면 오히려 밝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하고 미디어미래연구소 등이 후원한 종합학술대회가 '전환기를 맞은 미디어 시장의 구조변화와 신사업 창출'이라는 주제로 서울 행당동 한양대학교에서 27일 열렸다. 김영주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장은 '종합편성채널 진입조건과 사업성 평가' 주제발표에서 GDP 대비 1% 수준에서 정체돼 있는 국내 광고시장(2008년 7조8000억 원 수준)과 케이블방송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 그리고 해외 신규네트워크의 진입 실패 사례를 들어 종편채널의 미래가 어둡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먼저 기업이 지출하는 광고비에는 제한이 있고 광고시장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디어 수의 증가는 개별 미디어 기업들로 하여금 광고수익 확보를 두고 거의 제로섬(zero-sum) 게임의 상황에 놓이게 한다는 것이다. 1988년 올림픽 전이 GDP 대비 점유율 1% 미만의 저성장기, 1998년 외환위기 이전은 1% 이상의 급성장기였다면 1998년 이후 현재는 다시 1% 미만의 정체기라는 것이다.

또한 옛 방송위원회의 2007년 자료에 따르면 수신료를 지불하는 유료시청가구는 1200만 정도이고 이들 중 42%는 월 4000원 이하의 의무형 가입자, 48.7%는 월 4000원에서 월 8000원을 지불하는 보급형 가입자다. 종편채널의 경우도 수익구조는 이와 유사할 것이고, 광고제도 개선이나 수신료 인상으로 인한 KBS 2TV 광고수익의 전이효과도 현재로선 불확실하다는 설명이다. 접근성을 좌우하는 변수인 의무전송, 저채널(황금채널)대, 채널연번제도 미지수다.

끝으로 미국의 경우 지상파 3대 네트워크인 ABC, CBS, NBC에 이어 1986년 FOX가 제4의 네트워크로 진입에 성공하기까지 숱한 실패가 있었고, FOX 이후에도 UPN(파라마운트픽쳐스)과 WB(워너브라더스)가 각각 시장에 들어왔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FOX가 성공한 것은 프로그램을 자체 수급한 MSP(SO와 PP의 수직계열화) 전략과 적은 편성인력으로 비용을 절감했고, 타깃 수용자를 대상으로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종편채널의 성공적 진입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성공을 위한다면 다음과 같은 10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자본력, 비대칭 규제와 같은 정책적 지원, 상품차별화, 편성차별화, 충성 수용자 확보, 브랜드 이미지 구축, 손익분기점 조기 통과, 규모의 경제 실현(MPP), 안정적 배급망 확보(MSP), 제휴파트너 등이다.

반면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위원은 밝긴 밝되, 시니컬한 전망을 내놨다. 권 연구위원은 "종편채널의 사업성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며 "전체 광고시장을 그대로 두고 종편채널이 얼마나 가져갈 것이냐를 따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종편채널 사업자가 시청률 목표를 얼마로 두고 거기에 얼마를 투입하느냐로 따지면 된다. 도달가구가 500만만 넘으면 돈이 남아 돌 것"이라며 "편성도 사업계획서 낼 때와 달리 적당히 하고 시장이 어려워지면 줄이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행 방송법 69조 및 방송법 시행령 50조에 따라 종합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에는 '오락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당해 채널의 매월 전체 방송시간의 100분의 50 이하로 편성할 것'이라는 조항 외에는 별다른 편성규제가 없는 점과 사후 제재의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꼬집은 것이다. 뉴스를 직접 제작하지 않고 밖에서 사서 틀면 되고, 케이블에는 본방비율 개념도 없어 3∼4시간 짜놓은 프로그램들을 순환편성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돌리면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사업계획서 대로 실행하지 않거나 편성을 이상하게 할 경우 제재할 방법을 미리 마련하지 않는다면 굉장한 특혜이자 이권사업이 된다"며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을 잘못하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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