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예약판매가 5일 만에 5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언론이 아이폰의 단점을 부각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이폰과 삼성전자 T옴니아2와 비교하는 기사도 부쩍 늘어났다. 물론 아이폰 열풍이 다소 과도한 측면도 있고 상대적으로 국내 제품에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폰의 단점을 지나치게 부각하거나 애초에 객관적인 비교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경제는 26일 "잘 나가는 아이폰 한국서도 통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각에서는 아이폰이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콘텐츠 서비스에 한글 서비스가 부족한데다 새 제품이 고장 나도 중고 대체품으로 바꿔서 계속 사용해야 하는 사후 서비스 체계, 불편한 배터리 충전방식 등이 까다롭기로 정평난 한국 소비자들에게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경향신문도 25일 "아이폰 알고 쓰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이폰은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이 장점이지만 한국인의 특성상 DMB 기능이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외장형 메모리를 꽂을 수 없는 것도 약점"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는 "얼마 전 프랑스에서는 2번의 폭발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아이폰 배터리는 늘 안정성 시비에 시달려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아시아경제 11월23일 2면.  
 
헤럴드경제도 23일 "콘텐츠는 최강… 비용·배터리·한글화는 글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배터리 교체가 불가능해 2년짜리 폰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반 폰에 비해 비싼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부담에 대한 사용기간이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제품과 달리 즉시 수리도 불가능하다", "KT의 무선 인터넷 '쇼 인터넷'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도 사용할 수 없다" 등 아이폰의 단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한글 서비스가 부족한 것은 국내 출시가 안 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점차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새 제품이나 다름없는 리퍼피시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애플의 AS 정책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국내 제품들도 사용자 책임의 경우 수리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건 다르지 않다. DMB나 '쇼 인터넷' 기능은 스마트폰 이전의 과도기적 서비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걸 감안하면 적절한 비판이라고 볼 수 없다.

   
  ▲ 한국경제 11월26일 18면.  
 
배터리 교체가 안 된다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이지만 머니투데이가 인용한 "2시간 사용했더니 배터리가 떨어지더라"는 한 소비자의 발언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아이폰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국내 이동통신업체들과 국산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단점이 많은 제품이긴 하지만 아이폰을 대체할만한 스마트폰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 헤럴드경제 11월18일 4면.  
 
"아이폰의 장벽은 T옴니아2"라는 헤럴드경제 18일자 기사는 아이폰 마니아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이 신문은 "업계에서는 10만대 가량을 전망하고 있다"면서 "SK텔레콤이 사실상 아이폰 출시를 포기했고 강력한 기능으로 무장한 T옴니아2도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출시된지 1년이 넘어 아이폰에 대한 관심도 시들어 가고 있는 것도 주요인으로 꼽는다"는 대목은 현실과 한참 거리가 있다.

   
  ▲ 서울신문 11월19일 15면.  
 
아시아경제는 23일 "성능의 옴니아 SW의 아이폰 격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T옴니아2는 지난 10월말 출시된 최신 제품으로 하드웨어 기능 면에서 아이폰을 월등히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화질이 깨끗하고 속도도 빠르고 카메라 화소도 더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신문이 12시간 만에 1만5천명의 예약을 받은 아이폰과 한달 동안 1만8천대가 팔린 T옴니아2가 "불꽃 튀는 경쟁"을 하고 있다는 건 지나친 억지라는 지적이 많다.

아이폰 3GS의 CPU의 클럭 속도가 최소 600MHz에 최대 833MHz인 반면 T옴니아2는 533MHz에 800MHz다. 애초에 칩셋이 다르기 때문에 속도를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데다 아이폰의 최소 속도인 600MHz와 T옴니아2의 최대 속도는 800MHz를 비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아이폰의 정전압 방식이 T옴니아2의 감압 방식보다 더 빠르고 정교하다는 사실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T옴니아2는 두 손가락을 이용하는 멀티터치도 지원되지 않는다.

   
   
 
아이폰의 최대 경쟁력인 앱스토어에 대해서는 한글로 된 어플리케이션이 없다는 비판이 많지만 웬만한 어플리케이션은 이미 한글화가 돼 있는데다 영문으로 된 어플리케이션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지적이 많다. 직관적이기 때문에 언어적 제약이 크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전자 등이 뒤늦게 앱스토어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수많은 개발자들을 확보한 아이폰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연합뉴스는 26일 "옴니아2 아이폰보다 싸게 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이폰과 T옴니아2의 판매조건을 비교한 바 있다.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SK텔레콤의 올인원 45 요금제와 KT의 I라이트 요금제를 비교하면 T옴니아2는 24만원인 반면 아이폰은 3GS 32GB 제품이 39만천원, 16GB 제품은 26만4천원이다. T옴니아2의 저장용량이 16GB니까 굳이 비교하자면 16GB 제품과 비교해야 할 텐데 이 경우 가격 차이는 2만4천원이다.

물론 아이폰 열풍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도 있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아이폰 출시 이후 폐쇄적인 국내 무선 인터넷 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며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질 거라는 사실이다. 국내 언론의 뒤늦은 T옴니아2 띄우기에 아이폰 마니아들이 실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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