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가 22일 오후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인천과 성남의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축사를 생중계했다. MBC와 SBS는 다른 프로그램을 편성했고 K-리그 6강전은 KBS 1TV만 편성했다. 지상파 방송을 통해 K-리그 6강전을 지켜보고자했던 팬들은 KBS 1TV를 켜자마자 축구경기 대신에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예찬론'을 접해야 했다

KBS 1TV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 생중계를 편성했기 때문이다. KBS 1TV가 K-리그 6강전을 생중계하기로 한 시간은 오후 2시35분이다. 성남종합운동장에서 K-리그 6강 플레이오프가 예정된 시간은 2시30분이다.

KBS가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예찬론'을 생중계로 전한 이후  경기장 현장으로 화면을 넘겼을 때는 축구 경기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KBS 1TV가 인천과 성남의 경기 초반 시간에 이명박 대통령 축사를 생중계로 내보내면서 축구팬들은 경기 초반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지상파 방송 가운데 22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축사를 생중계 한 곳은 KBS 1TV가 유일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광주광역시장과 전남도지사 등 호남 지역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참석한 영산강 착공식 행사에서 4대강 사업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영산강 살리기는 바로 여러분의 꿈이자 대한민국의 꿈이기도 했다. 그래서 저는 영산강 살리기가 가장 먼저 착수되기를 바랬다. 이제 호남의 오랜 꿈이 이루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전남 광주시 승촌동 영산강 둔치에서 열린 영산강살리기 희망선포식에 참석해 공사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는 대한민국을 다시 약동하게 하는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청계천 복원을 통해 이미 우리가 체험했듯이 4대강 살리기는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의 효과는 환경, 경제, 문화, 관광 등 국내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인 기후변화와 물 부족에 대비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4대강 살리기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해야 될 사업이다. 국민의 행복을 위한 미래 사업이 정치논리로 좌우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는 국토해양상임위원회 위원장 이병석 위원장과 충청도에서 송광호 위원장이 왔다”고 말했다. 이병석 위원장과 송광호 위원장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일대 우리 민주당 의원님께서는 마음은 있되 몸이 올 수 없는 형편을 저는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공영방송인 KBS 1TV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홍보 장면이 생중계되는 상황에 우려를 전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은 대통령이 말한 살리기라는 용어와 정반대로 대한민국의 환경재앙이 될 것이다. 또한 4대강 사업에 쓰이고 있는 엄청난 국가재정이 곧바로 대한민국 재정파탄의 주범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오늘 4대강 사업 착공식을 영산강에서 갖는 것은 4대강 사업에 반대 하고 있는 민주당과 야당 그리고 호남민심을 이간질하려는 정치적 의도이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보이기에는 너무도 치졸하고 유치한 정치 이간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김진표 김성순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채무가 108조원이나 늘었다. 국민 여러분 1인당 빚이 216만원씩 늘어난 것이다. 내년도 국가채무는 407조원이나 된다. 공공기관부채까지 합치면 나라 빚이 1000조원이 넘는다. 대한민국이 신종 플루보다 무서운 ‘재정 플루’에 걸릴 위기”라고 우려했다.

김진표 김성순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 세금은 90조원이나 깎아주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적고 환경재앙만 우려되는, 총공사비가 30조원이 더 들어가는 ‘예산 블랙홀, 국민 세금 먹는 하마’ 4대강 토목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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