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9일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자동차 분야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시장을 개방을 해서 FTA 타결을 하실 그런 의향은 있는지’라는 외국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자동차 문제가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는 큰 자동차 생산국이 있는 EU 국가와도 FTA를 했다. EU에서는 자동차를 한국에 1년에 5만 대를 수출하고 있다. 그런 나라와도 FTA 문제에 대해서 합의가 됐기 때문에 미국하고 우리가 자동차 문제가 있다면 다시 이야기해 보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된다고 본다. 그런 점은 조금 전에 오바마 대통령과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자세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주요 언론은 “한미 FTA 자동차 재협상”이라는 제목을 뽑은 기사를 잇달아 내보냈다. 자동차 재협상은 미국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것으로 한국의 양보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현실이 될 경우 논란이 적지 않은 사안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가 정권이 휘청거리는 상황까지 경험하면서 미국 쇠고기 수입을 강행한 이유도 자동차 분야에서 유리한 협상을 했기에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에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한미 FTA 자동차 분야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가뜩이나 논란인 한미 FTA를 둘러싼 국내 여론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보수신문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던 부분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11일자 27면 사설에서 “미국 자동차 업계가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난 근본 원인을 놓아둔 채 한미 FTA를 엉뚱한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은 정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것을(자동차) 다시 협상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어렵게 맞춰놓은 불안한 균형이 무너져 자동차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재협상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도 3월11일자 사설에서 “이미 개방된 한국시장에서 많이 팔지 못하는 건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낮은 탓”이라며 “특정 산업을 감싸느라 정부 간 합의를 뒤집으려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3월11일자 사설.  
 
이 대통령이 19일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답변한 내용은 동아일보가 지적한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자동차 재협상을 언급한 한미 FTA는 후퇴한 느낌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되자 긴급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 발언이 재협상을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춘추관 2층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미정상회담의 자동차 재협상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해명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정상회담 협상에서) 자동차는(재협상을 하겠다는 그런) 말도 안 나왔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께서 여러가지 생각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실수 쪽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김종훈 본부장은 "(미국과) 자동차 얘기 할 게 있다면 들어봐라 하신 것이 오늘 발언의 배경"이라며 "재협상은 가능하지 않다. 텍스트를 고치는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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