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은 “20년 내에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머독은 신문산업의 미래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정보 전달의 형태가 바뀌는 것일 뿐 정보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고 수익창출의 기회도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다. 머독은 “낡은 것은 신문이 아니라 신문의 가장 소중한 자산, 즉 독자와의 유대를 잊고 있는 기자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종이신문이 사라진다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음 달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이 하나의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달에 나온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다음 달 폰’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아이폰이 마침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KT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가 다음 달 10일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는 계획인데 업계 1위 SK텔레콤이 아이폰 출시 포기를 선언한 상황이라 가입자 쟁탈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아이폰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는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은 “아이폰은 휴대전화 단말기 그 이상”이라고 극찬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지만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출근길에 600원짜리 종이신문을 사봤던 사람들은 이제 아이폰으로 보고 싶은 신문을 마음껏 골라볼 수 있게 됐다. 언제 어디서나 심지어 화장실에 앉아서까지 뉴스를 보거나 이메일을 보내고 채팅도 할 수 있다.

사진을 찍어 메일로 전송하거나 블로그에 올리거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것도 매우 간단하다. 일반 휴대전화라면 케이블을 찾아서 컴퓨터에 연결하는 게 먼저겠지만 아이폰에서는 버튼 몇 번만 누르면 된다. 최신 모델인 아이폰 3GS부터는 지리정보 기능이 추가돼서 내가 서 있는 곳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의 맛집 정보를 검색하거나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교통편을 찾아볼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아이폰 출시 이후 유튜브 모바일 업로드가 40% 이상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었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은 “아이폰을 쓰기 시작한 뒤로 PC를 사용하는 빈도가 10분의 1로 줄었고 인터넷 이용시간은 10배로 늘어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시장 조사업체 넷어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은 0.37%에 이른다. 출시 3년 만에 4위의 운영체제로 자리잡은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발견된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지난 5일 모바일 뉴스 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 소속 12개 신문사들은 여기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온라인에서는 포털에 질질 끌려왔지만 모바일에서까지 주도권을 넘겨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기회에 아예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온신협 관계자는 네이버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온라인 뉴스와 모바일 뉴스는 별개고 굳이 포털에 기대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모바일 뉴스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면서 “당장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공동으로 새로운 모바일 포털을 만들거나 각자 독립된 서비스를 하거나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진 사장은 “모바일에서는 네이버와 같은 지배적인 포털이 없고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언론사들이 온라인에서처럼 포털에 헐값에 콘텐츠를 팔아넘기지 않는다면 원점에서 다시 승부를 시작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사장은 “고민만 하기 보다는 일단 아이폰 앱스를 만들고 뛰어들어서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 최진순 전략기획국 기자는 모바일 뉴스 시장에 대해 약간 유보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분명히 모바일 뉴스 소비가 늘어나겠지만 기존의 뉴스를 모바일로 옮겨놓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최 기자는 “모바일 유료화 역시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한 일부 언론사만 가능한 모델”이라면서 “과연 우리나라에 추가 요금을 내면서까지 볼 만한 뉴스 서비스가 얼마나 있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모든 신문들이 꿈꾸는 모범 사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에 공급하는 뉴스를 종이신문 독자는 1주일에 1달러씩, 일반인은 2달러씩 받고 있다. 이 신문은 온라인에서도 유료화에 성공, 220만명의 유료 회원을 두고 있다. 다른 대부분 신문사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것과 차별화된다. 그만큼 콘텐츠 경쟁력과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태터앤미디어 이성규 팀장은 오히려 아이폰 출시 이후 시민 저널리즘의 활성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트위터에 소개하면 순식간에 수천 수만명에게 이슈를 전달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미디어도 이처럼 빠르고 강력한 유통채널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은 유세에 나갈 때마다 수많은 아이폰 카메라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이폰이 과연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유료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굳이 아이폰이 아니라도 스마트폰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며 실시간 뉴스 생산과 소비가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 굳어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에 적응하고 변화하지 못하는 언론사들은 종이신문과 함께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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