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정치가 도처에서 법치의 벽을 허물고 있다. 청와대가 주도한 언론 관련법, 세종시 원안 수정 추진위원회 발족, KBS 정연주 전 사장 해임 등이 다 법치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법치 역주행을 질타하는 여러 목소리가 정부, 법원, 야당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파열음이 나는 이들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과반수이상이 반대하거나 수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는 준법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을 무시한 정치를 강행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독재국가에서 있을 법한 지적과 비판을 동시다발적으로 받고 있지만 그에 대한 태도는 더욱 반민주적이다. 정부 관련 부처는 물론 불법 조처 등에 가담한 정범이나 공범자들은 하나같이 침묵을 지킨다. 현 정권의 준법 의식 부재와 명백한 과오에 대한 뻔뻔한 태도는 이 정부의 준법과 책임 의식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가를 웅변한다. 이는 정부가 헌법 정신을 짓밟는 것과 같다.

법제처는 16일 언론 관련법 국회통과, 세종 시 원안 수정 추진위원회 발족과 관련 국회와 관련 부처 등에 준법을 주문했다. 이석연 법제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헌법재판소가 절차상 불법을 지적한 미디어 관련법의 권한 쟁의 심판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헌재가 국회에서의 재논의를 주문한 것이며 국회가 다시 논의를 해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라는 취지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처장은 헌재가 언론 관련법 심의 절차의 문제점과 국회 재논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이명박 정부가 잘못된 법의 후속조치를 취하는 것이 법치에 역행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도 16일 헌재의 언론 관련법 권한쟁의 심판 기각과 관련, "국회의 자율적 시정에 맡기는 게 옳겠다는 뜻이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언론들이 헌재 결정에 대해 `권한침해는 인정했지만 유효'라고 보도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는데, 이번 결정 어디에도 유효라고 한 것은 없다"면서 이같이 답변했다.

   
   
 
이석연 법제처장은 이날 세종시 원안 수정과 그 대안에 대한 심의기구인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의 설치근거가 훈령으로 돼 있는데 이는 대통령령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이 위원회가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 기구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를 이 처장이 확인한 것이다.

한편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무효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해임취소 판결을 내리고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조합원 6명이 이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 낙하산 사장의 취임에 반대한 것에 대한 회사의 해고 조치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기도가 위법임이 법원에서 확인되었다.

4대 강 사업은 총 예산이 수십조가 들어가는 대형 국책 사업이지만 관련 예산안의 심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된 것에 대한 야권의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처장은 4대강 공사 착공이 위헌이라는 주장과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참여를 둘러싼 위법 논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가 강행 추진하는 언론 관련법, 4대강 사업, 세종시 원안 수정 등에 대한 논란이 들끓는 가운데 이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BC가 지난 14일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센터(KRS)>에 의뢰해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언론 관련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입법 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한 만큼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답변은 66.5%로, '개정 불필요'라는 답변 25.1%를 압도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중단 또는 축소 여론이 총 73.3%로,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선 '수정해야'가 46.3%, '원안대로'는 44.7%이었지만 원안에 자족기능을 추가하는, 이른바 '원안+알파'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이 56.4%로, 반대 34.4%를 크게 앞질렀다. "

이 정부가 준법을 외면하거나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기만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즉 법치를 앞세우면서 공직자의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부자 감세에 앞장서면서 서민을 위한 경제를 말한다. 생존권 주장에 대해 경찰 특공대를 투입해 용산참사를 빚는가 하면 선진화를 외치면서 사회 정의를 수립하려는 과거사위나 인권위원회를 무력화시키려 한다. 언론악법 1인 단식농성조차 수많은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 연행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다. 현 정권이 공력력에 의한 권력의 폭력을 일상적으로 자행하는 태도는 독재국가의 탄압을 연상케 한다.

정치는 정(正)이다. 이는 공자의 말씀이다. 이명박 정부의 법치 역주행은 점차 도를 더하고 있다. 정치가 올바르지 않으면 국민이 외면한다. 국민이 외면한 정치는 불행한 정치다. 정부의 정당성은 준법에서 시작한다. 법으로 시작해서 법으로 끝나는 것이 정치다. 정치가 법에 어긋나 정의에서 벗어나면 정부는 분초를 다퉈 그것을 고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인 정부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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