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키 작은 남자는 루저(패배자)"라고 말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한국일보가 해당 프로그램의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일보는 14일 사설<'미수다' 같은 프로는 없애는 게 좋다>에서 "결론부터 말해 KBS 2TV '미녀들의 수다'는 공영방송에서 더 이상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프로그램이니 없애는 게 좋다"며 "방송에서 한 여대생이 '키 작은 남자는 루저(패배자)'라고 말해서 빚어진 파문 때문만은 아니다. 본래의 목적과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간 신문이 사설에서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폐지까지 촉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일보는 "이 프로그램은 세계 각국에서 유학 온 젊은 여성들이 문화가 다른 한국에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러나 잠깐 뿐, 갈수록 선정과 자극, 말초로 치달았다. '미녀'라는 제목부터 그렇듯 '미모지상주의'에 빠져 외모로만 출연자를 선정하고, 미모와 국가와 인종에 따라 출연자를 차별하거나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 11월14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번 여대생 특집에서 터져 나온 '루저녀' 파문도 제작진의 그릇된 태도와 의식, 무책임의 산물"이라며 "그 결과 발언 당사자만 네티즌들의 '마녀사냥'에 걸려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 아직도 이런 프로그램, 이런 자세를 가진 KBS가 공영성을 주장할 수 있나"고 논평했다.

조선일보도 공영방송으로서의 KBS 책임론을 제기했다. 최승현 엔터테인먼트부 방송팀장은 이날 칼럼 <누가 진짜 루저인가?>에서 "이 황당한 '루저' 발언에 대해 1차적 책임을 져야 할 곳은 KBS"라며 "상업성에 매몰돼 '게이트 키핑'도 사회적 책임감도 사라져버린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비참한 현주소를, 시청자들은 똑똑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자, 누가 루저인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KBS는 <미녀들의 수다> 제작진을 교체하겠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강선규 KBS 홍보팀장은 "선임 PD와 이번 사안과 직접 관련이 있는 작가들이 스스로 파문이 일어난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먼저 얘기를 해와서 간부들이 고심끝에 수용한 것"이라며 "이 사건은 비뚤어진 인터넷 문화와 접목돼 굉장히 파문이 커졌기 때문에 이렇게 조치한 것으로 정치적인 해석은 말아달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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