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신문 주목도가 높은 날이다. 중요한 현안을 일요일에 발표하는 것도 월요일자 신문이 국민 시선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9일(월요일)자 주요 아침신문에는 굵직한 두 개의 현안이 지면에 실렸다.

환경부의 4대강 정비 사업 환경영향 평가와 친일인명사전 발간 소식이다.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이 졸속 부실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형건설사들의 담합 의혹도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1면 <"대형 건설사 나눠먹기 의혹">이라는 기사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국내 대형 6개 건설사가 '4대강 살리기' 1차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 담합해 15개 공구 가운데 12개 공구를 나눠 먹었다는 의혹의 구체적인 정황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친일인명사전 공개는 한국사회를 쥐락펴락한다는 보수신문이 연루된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명단에 포함된 언론사의 반발도 격렬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사전에 담긴 행위의 ‘팩트’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색깔론 덧씌우기를 통해 탈출구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친일파를 세상에 공개한 행위가 대한민국 정통성 훼손이라는 보수신문 주장은 해방 이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좌초시켰던 그 시절 그 논리를 떠올리게 한다.

다음은 9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형 건설사 나눠먹기 의혹">
국민일보 <"세종시 수정해야" 59%>
동아일보 <4대강 15개보 내일 첫삽>
서울신문 <낙엽의 재발견>
세계일보 <4대강 사업 닻 올렸다>
조선일보 <대학생들 "주말엔 멋진 바 많은 동베를린 간다">
중앙일보 <노조 전임자 임금 준 기업 명단 공개하고 사법처리>
한겨레 <4대강 환경평기 ‘부실·졸속’>
한국일보 <정운찬·정몽준 포함 당·정·청 6인 한밤 회동 '세종시' 논의>

대한민국에서 친일파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학계 전문가들이 친일문제 청산의 당위성에도 공론화를 주저하는 이유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등 각 영역의 상층부를 이루는 이들 가운데 친일 논란에 연루된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힘 있는 분들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파헤치는 것은 엄청난 부담과 대단한 용기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8일 우여곡절 끝에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하자 예상대로 힘 있는 분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언론 반응도 극과 극이었다.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 언론과, 언론싸움에 휘말리고 싶은 않은 언론, 결과는 감추고 싶지만 반발은 해야 하는 언론의 복잡한 속내가 투영됐다.

한겨레, '동아일보 창업주' '조선일보 사장' 친일행적  전해

   
  ▲ 한겨레 11월9일자 1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1면 기사로 내보내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한겨레는 1면 <'부끄러운 친일' 드러났다>라는 기사에서 “김성수 전 부통령(동아일보 창업주), 윤치영 초대 내무부 장관, 장지연 <황성신문> 주필 등 독립유공자 20명이 친일 행위를 했다는 내용을 담은 <친일인명사전>이 8일 발간됐다. 일제 강점기 4389명의 친일 행적을 기록한 이 사전은 2001년 12월 편찬사업이 시작된 지 8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4면 <"박정희, 일본에 충성 맹세…장면, 항공기 모금운동">이라는 기사에서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된 언론계 인사들의 행적을 자세하게 전했다.

“현재 독립유공자(건국훈장 대통령상)로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동아일보> 창업주 김성수의 친일 전력도 상세히 기술됐다. 그는 3·1 운동에 참가했고, 동아일보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독립운동을 했다. 하지만 사진은 그가 1932년 보성전문학교 교장에 취임한 뒤, 중-일 전쟁 등을 홍보하는 시국강연에 잇따라 나섰다고 밝혔다. 또 1943년 8월5일치 <매일신보>에 '대의에 죽을 때 황민 됨의 책무는 크다'라는 제목으로 '의무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일본군 입대를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강점기 당시 잡지 <조광>의 발행인과 <조선일보> 사장 등을 지낸 방응모는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경성군사후원연맹'의 위원으로 활동했고, '전시봉공'을 목적으로 하는 '임전대책협의회'에도 참여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는 <조광>에 실은 글에서 '대동아 전쟁을 반드시 이기기 위해 군관당국을 절대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정부가 못한 '친일 청산'…시민이 '성역' 깼다"

   
  ▲ 경향신문 11월9일자 4면.  
 

경향신문은 4면 <정부가 못한 '친일 청산'…시민이 '성역' 깼다>라는 기사에서 “'친일인명사전'은 일제강점기 역사정신을 민간에서 시도해 최초로 결실을 본 것이다. 시민들의 후원금과 가족이나 은사를 친일자 명단에 포함시킨 연구원들의 절두절미한 역사의식이 험로를 헤쳐온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2면 <'충성 혈서' 박정희, '징병 독려' 서정주…>라는 기사에서 “방응모는 1933년 조선일보 부사장 때 조선군사령부 애국부에 고사기관총 구입비로 1600원을 헌납했고, '대동아전과 우리의 결의'(조광 1942년 2월호)라는 글에서 '대동아전쟁은 세계 평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창업주 김성수와 조선일보 사장을 지낸 방응모가 친일인명사전 명단에 포함되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주목할 대목은 기사에서는 창업주와 사주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조선·동아 기사에 창업주, 사장 이름 빠져

   
  ▲ 동아일보 11월9일자 13면.  
 
조선일보는 10면 <친일인명사전 4389명 수록…'잣대'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직위와 일부 행위를 들어 '친일'로 일괄적으로 규정한 것은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친일' 선정 기준 자체의 객관성도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라고 보도했다.

조선 기사에는 김성수 방응모라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3면 하단에 <친일인명사전 발간 보고회>라는 기사를 실었다. 동아는 “수록 대상자 후손들이 친일행위자 선정 기준과 평가의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제기를 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동아 기사는 지면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려울 만한 곳에 해당 기사를 실었다. 동아 기사에도 김성수와 방응모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외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면에서는 기사를 찾기도 어려운 곳에 실었던 동아일보는 장문의 사설을 실었다. <'대한민국 정통성 훼손' 노린 좌파사관 친일사전>이라는 제목의 사설은 민족문제연구소에 대한 색깔론을 자극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동아일보 장문의 사설로 창업주 친일 논란 변론

   
  ▲ 동아일보 11월9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우리 사회 내부에서 친일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피려는 저의와 이 조직의 정체가 궁금하다”면서 “사회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명단 발표를 강행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임헌영 소장은 1974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투옥된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북한의 김일성 치하에서 고관을 지낸 친일 인사들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이 없다”면서 “우익 인사들의 흠은 티끌도 찾아내면서 좌익 친일인사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슬쩍 떠넘겨버리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창업주 인촌 김성수의 행적을 둘러싼 장문의 해명을 사설로 실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 정체성 구축에 기여한 인사들에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행태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인촌 김성수 전 부통령을 친일 명단에 포함시킨 뒤 일제강점 말기 전쟁 중에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매일신보 등에 인촌 이름으로 게재된 징병 권고문을 문제 삼았다. 당시 글들은 조선 사회의 지도적 인사들을 전쟁 동원에 앞세우기 위해 이름을 도용한 것이었다. 당시 매일신보의 한국인 기자들은 일제강점 말기 매일신보가 과장과 날조된 허위 기사로 민심을 현혹시킨 선전선동 매체였다고 증언했다. 보성전문학교 학생들도 '교장으로 있던 인촌이 학병에 나가라고 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인촌이 항일독립운동을 지원한 사실을 신뢰성 높은 증언들에도 불구하고 누락시켰다. 식민 통치하에서 인촌은 민족의 힘을 기르기 위해 교육 언론 산업발전에 헌신했다.”

조선일보 "대한민국 정통성 다시 갉아먹은 친일사전 발간대회"

   
  ▲ 조선일보 11월9일자 사설.  
 
조선일보도 동아일보처럼 색깔론 자극에 주력했다.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정통성 다시 갉아먹은 친일사전 발간대회>라는 사설에서 “국민의례는 애국가 제창이나 태극기에 대한 경례 없이 '민중의례'에 따라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만으로 끝냈다. 한반도가 그려진 배지를 단 사람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조국 광복 운동에 손가락 하나 담근 적이 없는 정체불명의 인사들이 그때보다(반민특위 광복회가 발표할 때) 6배나 많은 사람을 친일 인사로 사전에 실어 놓은 것”이라며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국민 성금으로 이 사전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국민 세금을 8억 원이나 지원했었다. 아까운 국민 세금이 또 한 번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갉아먹는 데 쓰인 꼴”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들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해 정통성이 북에 비해 부족하다는 좌파사관의 확산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에 단호한 대처로 맞서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제2의 독립운동이라 할 만큼 의미 있는 성과"

   
  ▲ 경향신문 11월9일자 사설.  
 
친일인명사전 발간이 대한민국 정통성 훼손이라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시각은 주목할 대목이다. 서울신문은 <이제 친일의 어두운 과거를 물리자>라는 사설에서 “우리는 구체적인 친일행적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과거를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친일사전'은 과거 단죄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사설에서 “국가가 외면한 과제를 시민들이 나서 역사 정의 실현의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제2의 독립운동'이라 할 만큼 의미 있는 성과”라며 “사주 일가의 친일 전력이 드러난 보수신문이나 일부 극우단체에선 '국가 정통성 훼손' '형평성 상실' 운운하며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반민특위 해체 60년 만에 나온 친일인명사전>이라는 사설에서 “친일파가 사회의 주류로 편입된 우리 현대사의 뒤틀린 구조에서 나온 중요한 성과물”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국민은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는 법이다.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이번 작업을 하는 동안 이명박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제동을 걸려고 한 것은 이런 면에서 아주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4대강 환경평가 '부실·졸속'"

   
  ▲ 한겨레 11월9일자 1면.  
 
한편,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이명박 정부의 졸속 부실 행보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겨레는 1면에 <4대강 환경평가 '부실·졸속'>이라는 머리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634Km' 4달 만에 훑고 "수질 좋아진다" 난센스>라는 기사에서 “634km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을 아우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관한 환경영향평가가 넉 달 만에 끝났다. 이례적으로 빨리 진행된 환경영향평가의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부실 조사임이 명백하다고 환경단체는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1면 <환경평가 완료 '졸속'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4대강 정비사업에 관한 환경부와 국토해양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됐다. 개발 사업에 앞서 이행해야 하는 마지막 절차인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됨에 따라 정부는 4대강 공사에 본격 착수할 수 있게 됐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제시된 일정에 맞추기 위해 협의를 졸속으로 진행했다고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경부의 졸속 부실 환경영향평가 문제점은 여러 언론이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4대강 사업 환경평가는 끝났다지만>이라는 사설에서 “우리는 환경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환경단체들이 제기한 '졸속평가 의혹'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미흡"

   
  ▲ 중앙일보 11월9일자 6면.  
 
서울신문도 <4대강 환경감시 강화로 국민신뢰 높이길>이라는 사설을 통해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수질예측 결과 2012년 사업시행 이후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보 건설과 준설로 인한 부영양화 등 수질오염 우려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대책도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6면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미흡>이라는 기사에서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착공 시기를 정한 상태에서 일정에 쫓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다 보니 검증 작업이 생략되는 등 정밀하게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면 <4대강 15개보 내일 첫 삽>이라는 기사에서 “공사구간에 있는 총 100개의 습지 가운데 54곳은 공사로 훼손되는 등 주변 환경과 생태계에는 직간접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보전 가치가 높은 습지는 그대로 보전하고 대체습지나 신규습지 84곳을 조성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환경파괴 종지부 찍는 보증서"

   
  ▲ 동아일보 11월9일자 3면.  
 
그러나 동아일보는 3면 <39개 권역 중 35곳 수질개선-습지 100곳 중 54곳 영향 받아>라는 기사에서 “환경부가 8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해온 환경 파괴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보증서'인 셈이다. 사업을 추진해도 환경적으로 현 상태보다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문가들이 학문적으로 뒷받침한 만큼 정부의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업을 추진해도 현 상태보다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주장은 주목할 대목이다. 4대강 사업이 수질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라면서 현 상태보다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경향신문은 <환경평가도 졸속으로 끝낸 4대강 사업>이라는 사설에서 “사업 필요성은 4대강 죽이기 홍보로 강변하고, 사업비는 절반 가까이를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편법으로 처리하고, 환경 문제는 졸속 평가로 건너뛰니 4대강 사업을 '무지막지한 재앙사업'이라고 비판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의 경고가 머지않아 현실화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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