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앉아서, 또는 서서 DMB 화면에 정신을 집중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핸드폰을 귀 가까이 댄 이도 있었고, 까치발을 들고 화면에 집중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들을 화면에 담으려는 취재진의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적게는 두 명이 한 대, 많게는 대여섯 명이 한 대의 DMB를 시청했다. 한국 DMB 단말기 보급률이 새삼 놀랍다.
▲ CBS 양승관 지부장(오른쪽 두번째)이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DMB 생중계를 통해 헌재판결을 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곧 방송법에 대한 판결이 속보로 올라왔다. ‘방송법 심의표결권 6:3 침해 인정’이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시 만세 나왔다. 이내 IPTV법 심의 표결권 침해’라는 속보가 화면을 통해 보도됐다. 사실 하루 전만 해도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아서 처음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 29일 오후 2시 45분경 헌재 앞에서 판결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DMB 생중계를 통해 '방송법 표결절차 위법하나 유효'라는 뉴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2시38분. ‘신문법 무효 청구 기각’이라는 속보가 전해졌다. 그래도 방송법 판결은 다를 수 있다는 기대에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곧이어 ‘방송법 무효 청구 기각’ 소식도 화면을 통해 보도됐다. 사람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절차상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헌재는 오늘 죽었다”,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악에 바친 목소리도 들렸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의견을 주고받던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이 의원은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야당의 문제제기를 모두 인정하면서 기각 판결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헌재가 이번 문제를 정치적인 사안으로 보고 판단을 회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법안에 대해서는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