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는 분명한데 화폐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대리시험을 치른 것은 맞는데 합격자 발표는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신문·방송법의 처리 과정의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한 헌법재판소의 29일 판결에 대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과정상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결과가 정당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 언론악법원천무효 저지 100일 행동이 주최한 ‘헌재 재판의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이 29일 헌재 판결이 나온 직후인 2시55분경 열렸다.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미디어행동 등이 헌재 판결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모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00여명은 이번 헌재 판결은 야당이 문제제기한 부분을 모두 받아들이고 위법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무효 확인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최상재 위원장은 언론악법 처리 과정상의 문제가 모두 불법으로 결론 난 것에 대해 “국민이 명백히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는 절차상 불법성도 인정했다”며 “언론악법은 원천무효이고 국회에서 재논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마지막 용기가 부족했다”며 한나라당이 재논의를 거부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저항하는 수밖에 없다”며 “한나라당은 국민의 경고를 받아들여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헌재의 판결 직전까지 올바른 판결을 기원하는 1만배를 마쳤던 최상재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노회찬 대표는 이번 판결을 위조지폐 또는 대리시험에 비유했다. 노 대표는 “법학박사, 변호사 출신이 아니어서 그런지 이해가 안 된다”며 “위조지폐는 분명한데 화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또는 대리시험은 맞지만 합격자 발표는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게 헌재의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한나라당이 의회 민주주의를 짓밟은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즉각 국민에 사과하고 여론을 수렴해 국회에서 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헌재가 어떻게 이렇게 해괴하고 모호한 결정을 낼 수 있는 건지 이해가되질 않는다”며 헌재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김 대표는 “공은 한나라당에 넘어갔다”며 “그대로 밀어붙이면 시민사회단체의 역량을 모아 다시 원천무효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도 이날 헌재의 판결을 교활하다고 비판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 헌법 파괴행위를 용납하지 않고, 언론악법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범국민 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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