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무형문화재 제8호인 박용순(52)씨는 '응사(鷹師)'다. 매를 길들여 꿩이나 토끼 등 야생동물을 잡는 전통 사냥기술의 계승자다. 국내에 현존하는 '매사냥' 무형문화재는 그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다. 박씨는 대전 동구 이사동에 '고려응방'이란 사무실을 내고 매 조련과 사냥 방법 연구·보급 등에 힘 쓰느라 여념이 없다.

박씨의 아들 상원(21)씨는 아버지가 평생 매사냥에 빠져 가족보다 매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늘 마뜩잖았다. 매사냥이 왜 21세기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해서 매 조련장 근처엔 가지도 않고 살았던 상원씨다. 그런 그가 갑자기 매사냥을 전수(傳受)해 보겠다고 나섰다. 입대를 석 달여 앞두고서다.

EBS TV <다큐프라임>은 '참매와 나' 편(사진)을 26일 밤 9시50분에 방송한다. 아버지가 운영 중인 매 훈련장과 집을 오가며 참매와 100일 동안 꼭 붙어지낸 상원씨의 '동거' 이야기를 담았다.

   
  ▲ ⓒEBS  
 
아버지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뒤를 이을 후계자를 찾지 못했다. 전통의 맥이 끊어지겠다면서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아버지가 상원씨는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랬는데 어느 날 입영 통지서가 나왔다. 석 달여 뒤면 입대다. 영장이 나온 날 그는 아버지에게 매사냥을 배워보겠다고 말했다. 입대 전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였다.

첫 사흘간은 참매를 쳐다만 봤다. 손등에 올리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러나 매를 길들이려면 밤낮 한시도 매와 떨어져선 안 되고 사람 많은 곳에 매를 데리고 나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기도 해야 한다. 냄새가 지독한 배설물도 치워야 하고 매의 먹이가 되는 메추라기도 키워야 한다. 고되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매와 응사는 둘이 아니라 하나"라며 계속 채근이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동관 EBS PD는 "자연 다큐멘터리에 휴머니즘을 담아보려 했다"며 "상원씨가 참매와 소통하고 아버지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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