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법안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언론사 노동조합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언론사 노조 전임자들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정부가 내년부터 새로운 제도를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미디어오늘이 17개 신문·방송·통신사 노동조합에 조합비 공제비율과 조합원 수 등을 알아본 결과, 언론사 노조는 대체로 매달 조합원들의 기본급 1%를 조합비로 걷고 있었다(표 참조). 가장 적은 비율을 공제하는 언론사는 기본급의 0.5%를 받는 조선일보 노조였고, 가장 높은 비율을 걷는 언론사는 월 급여(임금 총액)의 1%를 걷는 연합뉴스와 한국일보였다. 17개 언론사 가운데 산별노조에 가입한 10여 개 언론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에 25%를 납부하고, 나머지 조합비로 지·본부 활동을 해오고 있다.

   
   
 
신문사 노조는 대체로 노조위원장과 사무국장, 사무간사 등 3명이 전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현실화 할 경우 신문사 노조는 지금의 조합비 규모로는 1명의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기에도 빠듯한 곳이 많다. 방송사는 신문사에 비해 급여 수준이 높고 조합원 수가 많긴 하지만 그만큼 전임자 수가 많다.
언론노조에 가입한 노조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의 문제는 개별 단위 사업장이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산별노조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심석태 SBS본부장은 “국내 언론사 노조의 경우 소규모 사업장 노조가 많은데 보완 장치없이 바로 이 제도가 시행에 들어가면 전임자를 한 명도 유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 십상”이라며 “지금으로선 단위 사업장 차원의 대응보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대응과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행태를 감안하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도 밀어부칠 가능성이 높다”며 “언론사 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해 놓고 사실상 기업별 노조처럼 활동해 온 측면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단위 사업장의 전임자를 점차 줄이되 산별 중앙 조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헌재 결정 등 미디어법 관련 의제가 마무리되면 올 겨울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산별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언론사는 자체적으로 조합비를 늘리거나 전임자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언론노조를 탈퇴한 KBS노조는 태스크포스를 구성, 수익사업 등의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그동안 감사원 등에서 전임자 수가 많다고 지적해 온 점과 관련해 법 개정과 별도로 전임자 수를 줄이는 데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재훈 KBS노조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투쟁에 합류할지 논의할 계획”이라며 “아무래도 합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선·중앙·동아 등 산별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신문사 노조도 조합비 인상과 전임자 축소 등을 고민하고 있다.

   
   
 
조선 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재 2명인 전임자를 1명으로 줄이면 그만큼 노조는 약화될 것”이라며 “법 시행이 결정되면 차기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 총회 등을 열어 조합비 인상과 전임자 축소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앙 노조 관계자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조합원 숫자가 적으면서 임금 구조는 다른 생산직보다 높은 우리 같은 사업장에 가장 불리한 구조”라며 “조합비 인상만으로 전임자 2명의 임금을 모두 지급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적립된 쟁의기금도 일부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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