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방송공사(EBS) 새 사장을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4일 선임한 곽덕훈 신임 EBS 사장이 19일 공식 취임하면서다. 최종 면접을 치른 뒤 약 3주 동안 소문 속의 '내정자' 신분에 머물던 곽 사장은 15일 임명된 뒤에도 직원들이 막는 바람에 한 차례 출근하지 못했지만 노동조합이 주관한 사내 '검증 공청회'를 거쳐 결국 비교적 '무난하게' EBS에 '입성'했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곽 신임 사장 취임 당일 저녁 "8월 말부터 벌여온 사장 선임 관련 투쟁을 '일상 투쟁' 체제로 전환해 신임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더 이상 물리력을 동원한 사장 출근 저지는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노조 대의원들은 이날 공청회가 끝난 뒤 표결을 통해 집행부의 투쟁 방식 전환 안건을 승인했다. 정영홍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교육과학기술부 관료 출신 사장 선임 저지 △EBS를 '학원방송'화(化)하려는 후보들이 대부분이었던 제1차 공모 무산 유도 △언론사로선 이례적인 사장 검증 공청회 쟁취 등을 투쟁의 성과로 요약했다.

   
  ▲ 곽덕훈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신임 사장이 19일 서울 도곡동 EBS 본사 1층 'EBS스페이스' 홀에서 자사 직원들을 상대로 향후 EBS 경영 계획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곽 사장을 향한 의심의 시선이 거둬진 건 아니다. 그가 응모할 당시 교육부 산하 기관장을 맡고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더욱이 그는 첫 공모 때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이력을 갖고 직접 사장 후보로 재공모에 응모, EBS 안팎의 반발을 샀다. EBS를 학원방송화하려는 현 정부의 '코드 인사'란 의혹이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는 건 이 때문이기도 하다.

곽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모든 구성원들의 합의'란 전제를 달았지만 '공교육 내실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중점 추진 과제 가운데 첫 번째로 꼽았다. 공청회에선 EBS의 편성 방향과 관련, "기본적으로 편성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교육방송은 다른 영역에서 타 방송사와 경쟁하려 할 게 아니라 교육 영역으로 특화해 교육 기반 전문성을 갖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EBS의 독립성 유지'와 관련해서도 명확한 입장 표명을 미뤘다. "KBS와 EBS의 통합 기도를 저지키 위해 노력할 의향이 있냐"는 한 직원의 질문을 그는 "EBS가 성공하려면 나름대로 독창성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우리 역량에 달려 있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받았다.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EBS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전하기 위해 노사가 공동 대응한다' 등 4개항으로 이뤄진 선언문을 읽어달라는 노조의 요구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여지를 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 선장을 맞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잠시 난항을 겪었던 EBS호(號)는 노사간 타협으로 파국을 면했다. 하지만 향후 표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본인이 부인하긴 했지만 곽 사장이 정부의 '낙하산'인지 여부가 아직 확인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가 약속한 견제·감시가 실제 일상화돼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