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경제가 나아지고는 있지만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면서 “1~2년 내 일자리 문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말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구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문제는 정부가 단기간에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 시각은 경청할 만한 내용이다. 문제는 ‘정치구호’라고 일축했던 일자리 창출 약속을 남발한 인물이 바로 이 대통령 자신이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앞세워 바람몰이에 나섰고, 일자리 약속은 그 핵심 중 하나였다.

   
  ▲ 동아일보 2007년 12월12일자 6면.  
 
동아일보는 지난 2007년 12월12일자 6면 <“중산층 70%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5년간 60만 개씩 총 30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면서 “여성의 활발한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여성 친화적 일자리 15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5년간 60만 개씩 총 30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는 약속은 2년가량 지난 현재 어떻게 됐을까. 한겨레는 10월14일자 4면 <매년 60만 일자리 '허풍'...2년새 70만개 줄어>라는 기사에서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 일자리 300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2년간 오히려 일자리가 70만개나 줄었다고 집중 추궁했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2009년 10월14일자 4면.  
 
실제로 청년 실업률은 이명박 정부 들어 역대 최악 수준이다. 국민일보는 9월22일자 12면 <20~30대 취업자 19년 만에 최저>라는 기사에서 "20~30대 취업자 수가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청년 실업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과 현실을 비교할 수 있는 사례는 또 있다. 조선일보는 2007년 11월28일자 6면 <“일 하나는 내가 잘해”>라는 기사에는 “이 후보는 첫 유세장인 서울역 광장에서 ‘일이 없어 여기 광장을 배회하는 무직자들이나, 자영업자, 기업인 등 모두에게 희망을 드리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007년 11월28일자 6면.  
 
또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복합도시가 잘못된다는 유언비어가 있는데 이는 중상모략이다. 난 약속을 꼭 지킨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난 약속을 꼭 지킨다’는 약속을 대전 시민들 앞에서 했다. 당시 약속은 실제로 대통령이 되고 나자 이렇게 바뀌었다.

   
  ▲ 한겨레 2009년 10월15일자 1면.  
 
한겨레는 2009년 10월15일자 1면에 <‘행정도시’ 명칭 건설 현장서 사라졌다>라는 기사에서 “행정도시 건설 현장인 충남 연기군 일대에서 ‘행정도시’라는 단어가 일제히 사라졌다. 현지 주민들과 건설업체들은 이명박 정부의 ‘행정도시 지우기’가 현실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고위 관계자들이 작심이나 한 듯 원안 변경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한 각종 꼼수를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수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공사 안내판이나 현수막 등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행정도시’라는 글자가 지워지거나 청 테이프 등으로 모두 가려졌다. 이는 정부와 여당에 이어 세종시 건설현장에서부터 행정도시 사업을 말살하려는 수순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다. 참으로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2009년 10월14일 브리핑에서 “세종시와 관련해서는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리고 국회에서 상당히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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