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오은선(43) 대장에게 쏟아지는 언론들의 관심이 뜨겁다.

언론들은 한국여성에베레스트 원정대원, 한국 여성최초 7대륙 최고봉 완등, 한국 여성최초 에베레스트 단독 등정, 한국 여성최초 K2 등정, 여성 세계 최초 8000m급 14좌 완등 도전 등 ‘한국·세계 최초‘를 부각시키며 연일 캠프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방송사로는 KBS가 독보적이다. KBS는 지난 9월 특별기획 <오은선, 도전은 계속된다>를 제작한데 이어 14좌인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도착, 정상도전 소식을 밀착 중계하고 있다. 11일에는 히말라야에서 예쁜 돌을 찾는 오 대장의 사소한 일상까지 뉴스가 됐다.

신문사 가운데에서는 조선·중앙·동아일보가 현장에 특파원과 기자를 파견해 오 대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조선닷컴에 오은선 대장의 기사와 자료를 모아놓은 특별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14좌 도전’ 띄우기에 나섰다. 이 사이트에는 ‘세계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를 꿈꾸다! 오은선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과 오 대장의 스폰서인 등산장비업체 광고가 달렸다. 조선일보는 특이하게 사회부장까지 지낸 최보식 선임기자가 이 등산장비업체 사장과 함께 헬기를 타고 안나푸르나로 가 현장 취재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현장 베이스캠프에 가있는 한 등산 전문월간지 편집이사의 글을 받아 지면에 게재하고 있다. 동아일보도 안나푸르나에 취재기자를 파견해 오은선 대장 소식을 중계하고 있다. 현장에 기자를 보내지 않은 다른 언론사들도 후원업체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화하고 있다.

언론들이 오은선 대장의 14좌 등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현장까지 직접 달려가 밀착취재를 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오 대장이 이뤄낸 지금까지의 성과도 여성의 몸으로 극한 환경을 이겨내고 얻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과소 평가될 일이 아니다.

다만 문제는 지금의 ‘오은선 14좌 완등’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명 산악인들의 고산등반 과정 현장취재는 대부분 영향력이 높은 매체를 통해서만 이뤄져왔다. 이런 등반에 언론사가 동행하는 이유는 취재라기보다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 때의 ‘홍보’에는 정부차원의 효과와 후원기업의 광고효과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일례로 지난 2001년 엄홍길 대장의 히말라야 16좌 완등 때에는 국민들의 극복정신 함양, 청소년들의 심신단련, 도전의식 함양, 산악강국으로서의 자긍심 고취 등을 목적으로 당시 이한동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완등 추진위’를 구성해 각 매체별 독점방송사 및 언론사를 선정해 다큐멘터리, 특집기사, 화보 등 적극적인 후원사 노출방안을 마련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경우에도 오은선 대장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산악계를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세계 첫 여성 14좌 완등이라는 타이틀은 국가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는 데다 산악인 후원업체로서도 막대한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KBS와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오은선 14좌 도전’ 기사취재에 열을 올리는 것에는 이러한 복잡한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 산악계 관계자는 “조선일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은선 후원기업 광고를 싣고 있고, 중앙일보에 기사를 기고하는 특파원도 후원기업 회장의 자서전을 편집하는 등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등정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별것 아닌 상황에 대해서도 과대포장을 하거나 특종처럼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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