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거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의 기세가 등등하다. 관료주도 정치로부터의 탈피를 실행하면서 선거공약의 실현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매니페스토에 들어 있는 ‘인터넷 정치의 해금’도 민주당 정권에서 실현될 것인가. 일본에서는 아직 선거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번 총선거에서도 인터넷은 규제의 대상이 되어, 후보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자신의 홈페이지조차 갱신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민당 불리할까 규제

일본에서 선거운동의 수단으로 인터넷의 활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전후 일본 정치에서 다수당으로 군림해온 자민당이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비방 중상이나 악의적인 선전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낡은 선거운동 방식에 익숙한 자민당 의원들로서는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우려하는 것이 ‘혼네(本音-속마음)’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민주당이 이전부터 인터넷 선거의 해금을 주장하고, 언론계나 학계에서도 논의들이 있어왔다. 중요 선거 때마다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배포 가능한 ‘문서도화’에 해당되지 않는 일본의 공직선거법은 아직껏 개정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법률이 인터넷에 과도하게 대응, 선거에서 인터넷 활용이 제한받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선거기간중에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이 전혀 없어 이것이 오히려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선거운동에 인터넷이 활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야후재팬에서는 후보자 정보를 제공하는 정치포털사이트 ‘모두의 정치’를 이전부터 운영해 왔고, 구글은 ‘모두를 위한 Q&A’를 개설하여 일반 시민들로 부터 모집한 질문사항에 후보자들이 동영상으로 응답하여 유튜브 ‘일본의 정치’에 공개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라쿠텐은 ‘LOVE JAPAN’을 통해 일본에서는 익숙치 않은 인터넷 정치헌금 서비스를 제공했다.
각 정당에서도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자민당은 민주당 비난 CM을 다수 제작했는데, TV에서 방영하기 어려운 노골적인 것은 당 홈페이지나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여 공세를 펼쳤다. 정당 홈페이지도 유세 모습을 담은 영상 등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정치활동의 일환이라고 하여 법 규정을 ‘무시’하여 홈페이지를 갱신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주무관청인 총무성도 ‘통상의 정치활동 범위 내라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는 하기 어렵다’라고 해서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7월 21일에 중의원이 해산되자 ‘모두의 정치’에서는 댓글 쓰기를 정지시켰고, ‘일본의 정치’에서도 댓글을 달지 못하게 했다. 각 후보자의 홈페이지와 블로그도 공식 선거기간에 돌입하면서 운영을 중지해야만 했다. 전자우편을 송신하는 것도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도 선거운동에 해당되어 금지된다. 각 정당이나 후보자는 일정 정도 법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도 몸을 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정치

   
  ▲ 현무암 일본 훗카이도대 교수  
 
이번 일본 총선거에서 가장 히트를 친 동영상은 가나가와현 11구에서 입후보한 코이즈미 신지로의 동영상이다. 코이즈미 전 총리의 차남으로, 아버지의 지반(지역구 후원조직), 간판(지명도), 가방(선거자금) 등 이른바 ‘3반’을 이어받은 세습후보다. 그런데 지역 축제 현장에서 인사를 나누려 뒤따라오는 민주당 후보를 끝까지 무시하는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온 것이다. 댓글란에 온갖 비난이 쇄도하는 네거티브한 동영상이었지만, 이 세습후보는 자민당의 몇 안 되는 신인의원으로 당선했다.

자민당에 대한 역풍과 네거티브한 동영상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당선된 코이즈미 주니어. 사실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이러한 변화와 강고한 세습의 현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일본 정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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