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져 있던 공무원 노동자들이 하나의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민주노총 가입을 결정하자 보수신문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논리의 근거가 모호하고 ‘~라면’을 전제한 보도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악담(惡談) 보도’의 진수는 조선일보 9월24일자 사설이다.

조선일보는 <공무원노조 불법쟁의 하면 국민도 세금 내지 않을 것>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불법쟁의하면’이라는 전제를 단 이날 사설에는 차분하지만 ‘아픈 비판’보다는 흥분과 악담이 담겨 있다.

조선일보는 “공무원노조가 죽창으로 어린 전경들 눈을 찔러대는 민노총 산하조직으로 들어갔으니 싹수가 노랗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평소 조선일보의 정교한 비판은 어디로 갔는지, 어린아이 투정과 같은 내용이다.

   
  ▲ 조선일보 9월24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프로 노동운동가'로서 자기들의 노조 권력을 키울 궁리뿐일 것이고, 일부는 몇 년 뒤 어떤 정당으로 들어가 금배지 달 생각도 하고 있을 것이다. 정치권 눈길을 끌려면 수시로 실력행사를 해서 정부를 몰아붙이고 시장․군수를 굴복시키는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미래를 점치는 역술인이라도 된 것일까. 미래의 상황을 조선일보 시각대로 전망하고 그것을 근거로 비판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할까. 조선일보는 “정부와 관공서가 문을 닫아걸면 국민은 각종 증명서를 어디서 떼고 인․허가 서류는 또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노약자나 소년소녀 가장은 정부 지원금을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정부와 관공서가 문을 닫기라도 한다는 것일까. 억지 논리는 억지 해법으로 이어진다. 조선일보는 “그런 경우가 닥치면 국민들도 자위적(자위적)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 노조가 불법적 파업이나 태업을 한다면 그들의 사용자인 국민도 자신들의 지갑에서 땀내 밴 돈을 꺼내 그들의 월급을 줄 수는 없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의 이번 사설은 상대를 아프게 하는 정교한 비판이 보이지 않는다. 어린아이 투정과 악담이 있을 뿐이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조선일보 사설에 대해 “흠집내기 트집잡기 보도인데 하도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해서 일일이 얘기하기도 그렇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24일자 3면에 <전공노 민공노 민노총 가입 전에도 쇠고기시위-FTA반대 '정치투쟁'>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국민 세금 받는 공무원들이 반정부 투쟁단체 가입하나">라는 기사도 실었다.

정부 발표에도 언론 보도에도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결정 자체가 불법이라는 얘기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일까. 정치행위를 우려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 정부 반대투쟁에 나설 것을 우려하는 것인가.

문화일보는 23일자 <기어이 민심 거스른 '민주노총 공무원노조'>라는 사설에서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총의 식민지'를 자처했다는 것이 21, 22일 투표 자체를 우려하면서 그 결과를 주시해온 우리의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정치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공무원노조도 정치활동을 할 것이고 그것은 불법이라는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보수신문이나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정치참여’를 경계하고 있지만, 무엇이 정치참여인지 그 개념규정부터 하는 게 순서이다.

   
  ▲ 한국일보 2007년 12월11일자 5면.  
 
민주노총은 23일 성명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들먹이며 민주노총 가입을 문제시하는 것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전교조의 경우도 같은 경우지만 지금까지 실정법을 위반한 적은 없다. 구체적 시기에 특정선거지지운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사안에 따라 판단하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노조의 활동은 법이 정한 틀 안에서 이뤄지면 될 일이다. 논리비약을 통해 노동자의 정치참여나 정치세력화가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민주노총이 정치활동을 하면 그것은 문제 있는 행동일까.

한국일보 2007년 12월11일자 5면에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면서 악수를 하는 사진이 실렸다. 한국노총은 당시 이명박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고,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한국노총의 행위는 정치행위가 아니고 무엇일까.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로운 노동자의 정치행위는 무방하고 해로운 정치행위는 문제라는 것일까. 민주노총의 정치참여를 경계하는 보수신문의 시각은 논리적 모순을 담고 있다.

   
  ▲ 문화일보 9월24일자 31면.  
 
보수신문이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불편한 심기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문화일보 24일자 31면에 실린 이재교 변호사의 칼럼을 살펴보자. 이재교 변호사는 “법을 따지기 전에 한번 물어보자. 공무원과 공무원 노조들이 무엇 때문에 민주노총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가.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부러움과 시샘을 사고 있고, 후생 복지를 고려하면 박봉도 옛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재교 변호사는 “과연 공무원 노조가 불법폭력시위에 앞장서는 연합단체에 가입하면서까지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할 절박한 사정이라도 있는가. 아니면 정치투쟁으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것이 진정한 가입 의도는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재교 변호사의 마지막 얘기가 보수신문이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우려하는 본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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