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와 한나라당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최 위원장의 기존 행보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장에서 제기된 ‘대책회의’ 의혹과 관련해 “나는 당정협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최 위원장의 행보와 발언은 여러 차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 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 김금수 당시 KBS 이사장을 만나 김 이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이후 KBS는 김 이사장의 사퇴, 이사 교체 및 유재천 이사장 선임, 정연주 사장 해임 및 이병순 사장 취임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최 위원장은 정정길 대통령 실장, 이동관 대변인, 유재천 KBS 이사장 등과 함께 KBS 새 사장 선임을 위한 대책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날은 최 위원장이 구본홍 YTN 사장을 만난 날로, 이후 국정감사장에서 부적절한 회동이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7월 MBC <PD수첩> 심의와 관련해 엄기영 MBC 사장을 만나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행사에서 이른바 ‘MBC 정명론’을 내세우며 방송사 경영진에도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7월 관훈클럽 기조연설에서도 “일부 방송사들이 보도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여론을 오도하는 파행을 보여 심히 유감스럽다”며 “진심 어린 반성조차 않는 것은 방송 스스로가 시청자의 신뢰를 두 번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8월에도 “MBC는 ‘정명’을 찾는 게 첫째 과제”이라며 “MBC 최고경영자의 진퇴 문제까지 포함해 방문진 이사들이 경영 쇄신, 인적 구성의 조율을 책임지고 소신 있게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발언 이후 방송문화진흥회는 친여인사 위주로 채워졌고, 방문진은 엄기영 MBC 사장을 압박하고 있다.

통신업계와 관련해서도 제도와 정책으로 풀어야 할 일을 위원장 ‘중재’ 방식으로 풀어 문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8개 기간통신사 CEO들을 만나 일자리 창출을 당부한 뒤, 대통령에게 통신시장 투자촉진을 성과로 보고한 바 있다.

당시 방통위는 통신사들의 마케팅비와 투자비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투자보다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고 이들을 압박했었다. 같은 해 10월에도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회장 김인규)와 함께 방송·통신 6사 사장단을 불러모아 IPTV 지상파 방송 실시간 재전송 협상타결을 발표해 국정감사에서 강압적인 행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결국 방송통신위원장의 업무, 특히 위원장의 정치적 행보를 제어할 만한 장치가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방통위의 정치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 달 중순 대표 발의했다. 현행 방통위 설치법은 위원의 정치활동 관여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에 해당하는 구체적 행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도 않고,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의원은 발의 법안에서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해당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하는 의견을 유포하는 행위 △이를 위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정치인에 대해 찬양 또는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등을 정치활동으로 명문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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